“난 목요일이 좀 한가한데 일단 만나서 얘기합시다.” 1948년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재임 시절 시작된 스웨덴 협치 모델 ‘목요클럽’이 태동한 배경은 소박했다. 나라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우니 노사정이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보자는 구상이었다. 대화 목적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두었다. 설득하지 말기, 경청하기, 끼어들지 않기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 매주 목요일 대화의 장은 에를란데르 총리의 최장수 재임 23년 동안 멈추지 않았다. 목요클럽에는 재계 주요 인사와 노조 대표는 물론 야당 정치인도 초대됐다. 젊은 시절 급진주의자였던 에를란데르 총리부터 귀를 열었다. 여름 휴가철엔 호수가 딸린 하프순드 별장에 모였고, 총리는 손님과 작은 보트에 올라 손수 노를 저었다.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는 복지 이념 ‘국민의 집’이 자리잡은 것도 이 시기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척박한 땅 말고는 가진 게 없어 ‘저주 받은 돌부리의 나라’로 불린 스웨덴은 ‘모든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로 거듭났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이후의 사회ㆍ경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취임 101일째인 지난 23일 목요대화를 처음 열었다. 정 총리가 취임 전부터 구상해온 목요대화는 한국형 목요클럽이다. 첫 번째 주제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의 준비’였다. 코로나 대응 때문에 가동이 늦어졌지만 정 총리는 당분간 목요일마다 6회에 걸쳐 각 분야 석학과 전문가들을 불러 코로나 극복을 주제로 목요대화를 갖고, 이후에는 경제 노동 복지 등으로 대화 주제를 넓혀갈 계획이다.
□ 목요클럽은 스웨덴의 좌우 갈등이 극심할 때 힘을 발휘했다. 유명한 노사정 대타협인 1982년 바세나르협약은 네덜란드가 재도약하는 발판이었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역할이 제한적이다. 마침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가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최근 정 총리가 노동계와 경영계를 두루 만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 부각이 필요한 정 총리로선 이래저래 협치 브랜드를 얻을 절호의 기회다. 사회적 대타협 모델은 위기 때 빛이 난다. 목요대화는 정 총리의 대권 가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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