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브라질이 23일(현지시간) 하루 최다 확진자ㆍ사망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사망자 증가세는 미국ㆍ유럽보다 더 가파르다. 그런데도 벌써 경제활동 정상화 준비가 한창이다. 전체적으로 방역 대책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은 터라 안팎의 우려가 크다.
브라질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새 407명 늘어 총 3,313명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첫 사망자가 보고된 이후 일일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과 비교해 사망자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브라질 오스바우두 크루즈 의료재단에 따르면 첫 사망자가 보고된 날부터 평균 5일마다 일일 사망자가 배로 늘었다. 미국은 6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8일이었다. 확진자도 일일 최고치인 3,735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5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최악의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지만, 브라질 주(州)정부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강권에 벌써부터 경제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체 감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파울루주가 내달 11일부터 부문별 경제활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방침이고 리우데자네이루ㆍ미나스제라이스주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일부 활동을 재개한 지역들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지 매체 브라질리안리포트는 “봉쇄조치 반대 시위를 선동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 정도로 치부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봉쇄조치 유지를 고집하는 주정부들과 번번이 마찰을 빚어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고위험군을 뺀 일반인들은 일터로 복귀하자”고 주장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이에 맞춰 주정부들을 압박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열악한 보건ㆍ의료시스템에다 검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통에 확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사분란한 공조가 절실한 연방정부 내에선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직언을 해온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장관이 전격 해임된 데 이어 이날은 ‘반부패 상징’으로 통하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방경찰청장 교체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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