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검거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라임) 부사장은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중지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각종 위법 투자행위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작년말까지도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칭송받던 라임은 위험한 투자와 각종 위법행위가 드러나면서 순식간에 ‘불법 종합세트’로 전락했다.
라임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과 언론이 라임 펀드의 부적정 거래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서부터다. 이어 대형 모(母)펀드 4개와 여기에 재투자한 총 1조6,679억원의 자(子)펀드가 줄줄이 환매 중지에 빠졌다.
라임은 이들 펀드의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낮고 환매가 불확실한 국내외 부동산 등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며 부실을 키웠다. 또 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판매사인 몇몇 증권사와 합작해 총수익스와프(TRS) 형식으로 펀드 규모를 불렸다.
여기에 이 전 부사장의 증권사 인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에 투자금을 대출해주는 셈인데, 손실이 나면 증권사부터 자금 회수에 나서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검사 결과, 이 전 부사장은 부실 펀드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우량 펀드의 자금을 활용해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전가했다. 개인 펀드를 활용해 라임이 투자한 기업의 자산을 싸게 매수한 후, 고가에서 매각하기도 했다. 펀드 부실이 심각해지는 동안에도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챙긴 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라임의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펀드가 폰지 사기 혐의로 자산동결 상황에 처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라임은 이르면 2018년 6월부터 이 문제를 인지했으나 이에 대응하지 않고 무역금융펀드의 수익률을 임의로 산출해 고지했고, 다른 정상 펀드와 투자 대상을 뒤섞는 방식으로 손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의 투자 결정을 사실상 위임 받은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던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8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 이후 환매 중단 펀드 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라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내부통제 장치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고, 운용역인 이 전 부사장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해 위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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