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초등 5학년,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A(42)씨는 2차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16일 시간제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물렀지만, 두 자녀가 동시에 원격수업을 시작하는 첫 날이라 지도가 만만치 않을 거란 우려에서였다. A씨는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보낼 만큼 어리지는 않아 고민하던 차에 돌봄서비스 민간기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 학습사이트 로그인 같은 도움도 받았지만, 부모 아닌 어른이 수업을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집중하며 수업을 들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온라인개학 이후 돌봄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학생 홀로 원격수업을 시청하고 출석, 과제물 제출을 해내기 쉽지 않아 사실상 ‘부모 개학’이란 말이 나오지만 맞벌이, 다자녀, 다문화가구 등 형편상 학부모가 원격수업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서다. 긴급돌봄과 같은 시설 이용뿐만 아니라 집으로 찾아가는 돌봄서비스 수요도 늘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긴급돌봄 참여학생 수는 지난 달 30일 5만4,205명으로 전체 학생의 2.0%에 그쳤지만, 2차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이달 16일 8만5,026명, 3차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20일 11만4,550명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3일에는 12만557명으로 나흘 만에 6,000여명이 더 늘었다.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마을돌봄기관의 긴급돌봄 이용학생도 지난달 24일 2만1,272명에서 이달 16일 2만9,062명(24.1%), 21일 3만41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긴급돌봄이 필요해도 참여할 수 없는 가정이 생기면서 원격학습도우미를 직접 가정에 부르는 민간 서비스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 기업 ‘놀담’의 원은란 마케터는 “이달 7일 ‘대학생 온라인 학습 도우미’ 서비스를 개시한 후 돌봄 신청 건수가 최근 2개월보다 3배 이상 많았다”면서 “특히 3차 온라인개학 직전 금요일인 17일 이용문의가 수백 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 기업 ‘째깍악어’의 이현호 운영총괄 이사 역시 “온라인개학 이후 초등학생 돌봄 신청 수가 3월 대비 500%가량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 대상 돌봄 신청 비중이 9일 이전에는 전체 2%에 불과했지만 16일 이후 20%까지 확대됐다. 맞벌이 가정뿐 아니라 주양육자의 가정 돌봄 신청도 동일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신청 가정에 아이돌봄 전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 신청 건수 역시 3월 2일 1만3,819건에서 3차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이달 20일 1만8,643건으로 35%가량 늘었다.
정부는 이날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방과 후 강사와 퇴직교원, 기간제교원, 자원봉사자 등 충원 가능한 시·도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해 돌봄인력을 확충하고, 돌봄교실이 부족한 일부 학교는 도서관, 특별공간을 돌봄교실로 활용토록 조치했다. 가정에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도 9,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여성가족부는 맞벌이가정과 한부모·조손·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아이돌보미(7,000여명), 배움지도사(497명), 방문교육지도사(1,735명)를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마트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정보화 교육강사 181명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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