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원화약세 등 우호적 환율 여건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2분기부터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절벽으로 실적 부진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기아차는 올 1분기 매출액 14조5,669억원, 영업이익 4,445억원을 올렸다고 24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7.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5.2% 감소했다. 경상이익은 2,819억원으로 70.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9% 줄어든 2,6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건 지난해 통상임금 환입효과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분기 5,9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노사 통상임금 합의로 2,8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충당금이 들어왔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빼면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46% 증가했다. 기아차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영향, 텔루라이드, 셀토스를 앞세운 미국과 인도 시장 판매 호조 등의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1분기 글로벌 판매(도매)는 64만8,685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감소했다.
해외 판매 감소는 중국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먼저 가해진 중국 판매는 3만2,000대로 작년 동기(8만2,000대)보다 60.7% 급감했다. 중국 실적을 제외할 경우 글로벌 판매가 오히려 6.4% 증가한다.
문제는 2분기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부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는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곧 투입을 앞둔 신형 쏘렌토 등 고수익 레저차량(RV) 차종 판매에 집중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한 특별 할부 구매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당분간 큰 폭의 판매 감소를 피하기 어렵지만,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씨드와 니로 등 인기 차종을 앞세워 판매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차는 이날 실적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을 열고 “4월 전체 생산차질이 8만8,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국내공장 생산차질은 1만6,000대, 나머지는 해외공장 생산차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다음달 3일까지 셧다운(일시적 생산 중단) 후 생산을 재개하고 유럽은 부활절 연휴를 거쳐 24일까지 가동을 하게 되는데, 3교대에서 2교대로 유연 생산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판매망의 경우 미국은 50%, 유럽은 45% 가량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는 “미국의 경우 가동되는 딜러가 30%, 제한적 운영이 50%, 완전 미가동이 50%로, 대략 50%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은 45% 수준의 딜러가동률이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품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부품은 타이어를 제외하고 크게 의존하는 것이 없다”며 “생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 역시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 매출액은 8조4,230억원, 영업이익 3,609억원, 당기순이익 3,488억원이라고 이날 밝혔다.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3.6% 줄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9%, 28.2%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 생산 감소로 인해 모듈ㆍ핵심부품 부문 매출이 6조5,361억원으로 5.7% 줄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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