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일 셰프의 예비 신부인 김유진 PD가 이틀 만에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최초 폭로자이자 피해자 A씨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이번에는 ‘반말 사과’의 태도를 지적 당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김 PD로부터 과거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A씨는 지난 23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명 셰프의 예비신부 집단 폭행사건 공론화 후기’라는 제목으로 김 PD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해당 글에서 A씨는 김 PD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서 김 PD는 A씨에게 1차 사과문을 게재한 이후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를 설명하며 사과했다.
이에 A씨는 자신에게 직접 사과를 하기 전 예비 신랑인 이원일 셰프와 함께 사과문을 공개한 점, 해당 사과문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을 꼬집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PD는 “생각이 짧았다. 어렸을 때 했던 행동들이 부끄러워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잘못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반성하고 있다”며 재차 사과했다. 다만 김 PD는 예비 신랑인 이원일 셰프가 다른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학폭 가해 사실이 담긴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해당 글을 게재한 이후 A씨는 같은 날 늦은 오후 이원일 셰프와 김 PD가 SNS에 추가 게재한 2차 자필 사과문을 언급하며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이원일 셰프 SNS에 올라온 사과문에 달린 댓글 중 가해자와 셰프를 ‘대리 용서’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리고 있어 유감스럽다”며 “용서는 관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김유진 PD에게 가해를 당한 피해자가 하는 것이고 ‘격려’는 피해자가 용서한 후에 따르는 것임에도 괜찮다는 둥 사과했으니 됐다는 둥 하는 댓글들을 보니 아직도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는 참 불공평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어 “12년간 깊숙이 자리 잡힌 상처가 하루 저녁에 아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또 지금 제 마음도 시원한 마음보다는 복잡미묘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여러분의 우려대로 바로 김유진 PD의 사과를 수락하고 용서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한 A씨는 “조금 더 제 마음이 편해지고, 후련해지면 그때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서 12년 동안 시종일관 남 눈치를 보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틀어짐이 있거나 피해를 받았을 때 항상 제 탓 먼저 했던 성격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며 “거듭 언급했듯이 이 일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김유진 PD에게 피해를 본 다른 피해자와 또 모든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김유진 PD가 피해를 밝힌 모든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사과하는 게, 올바른 선례를 만들 꼭 필요한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이와 함께 김 PD의 2차 자필 사과문 게재 이후 김 PD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한 A씨는 “아 그리고 김유진 씨, 다른 피해자분들에게도 이런 말투로 사과하실 생각이시면 생각 고쳐먹으시길 바란다.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는데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 것이 아님에도 말투가 놀라워서 알려드리는 거다. 사과하시는 분이 끝까지 웃어른 행세하시는 게 참 기가 차네요”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해당 대화 내용 속 A씨는 김 PD에게 “인스타에 올린 사과문을 봤고 사과를 수락할 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약속하신 대로 사과문 내리지 말고 또 다른 피해자에게도 사과 꼭 하셔서 반성하는 모습 보여달라”고 말했다. 또 SNS 사과문에 달린 ‘대리 용서’ 댓글을 언급하며 “게시물 캡션에 ‘저는 가해자다. 저희에게 괜찮다는, 사과했으면 됐다는 말은 피해자에게 비수로 꽂힌다. 자중해 달라’는 내용을 추가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에 김 PD는 “그래 미안하고 수정본 올렸어”라는 답장을 보냈다. 여전히 A씨는 존댓말로, 김 PD는 반말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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