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6일로 잠정 예정된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을 앞두고 대중교통과 음식점, 야구장과 미용실, 공연장 등 31개 장소별 방역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지침에는 이들 장소를 이용할 때 지켜야 할 행동수칙들이 담겨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용자들 사이의 거리를 벌리는 등 이제까지 강조해왔던 수칙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내달 5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더라도 당분간은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인 상황이다. 정부는 기존 약물 활용해 개발하는 신종 코로나 치료제의 경우 이르면 연말에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의 의견수렴용 초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차 공개안은 △업무(4개) △일상(10개) △여가(17개) 등 3개 항목에 걸쳐 31개 분야를 다뤘다. 예컨대 업무분야에는 사업장, 회의, 민원창구, 우체국 등 4곳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이 담겨있다. 일상분야에는 음식점과 카페, 스터디 카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결혼식 등 가족행사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도 담겨있다. 정부는 초안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와 각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계획이다.
초안은 목차를 제외하고 수칙이 담긴 분량만 54쪽에 달할 정도로 장소별 행동수칙을 세세하게 정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강조된 사항들은 행동수칙마다 대부분 포함됐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최근 14일 이내에 해외여행을 한 경우, 장소 방문이나 이용을 삼가는 한편, 줄을 서거나 착석하는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용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 1m 이상 확보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에 장소별 특성에 따른 수칙이 추가된다. 음식점과 카페의 경우, 가능한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포장 및 배달주문을 이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식은 각자 개인접시에 덜어먹되 식사를 할 경우 가급적 대화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행동수칙은 이용자와 시설 책임자, 종사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예컨대 야구장의 경우, 이용자는 이동하거나 줄을 설 때 다른 사람과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고, 침방울이 튀는 행위(구호 등)를 삼가며 악수나 포옹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입장권 구매는 가급적 온라인으로 구매하며 경기장 안에서 함께 음식물을 먹는 행위도 삼가하도록 했다. 책임자의 경우는 보다 상세해서 1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종사자 가운데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은 즉시 퇴근시키는 한편 유증상자가 4~5일 이내에 5명 이상 발생할 경우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보건소에 집담감염 가능성을 신고해야 한다. 또 선수단이 숙소에 머물 때는 수시로 발열검사와 문진을 실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칙이 방대한 한편, 이제까지 강조하던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어 국민이 제대로 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2일 정부가 먼저 공개한 개인별 지침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내용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시설들의 관리자에게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라면서 “일반 국민들은 개인수준의 생활방역 지침을 지키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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