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의 함께하는 긍정] 총선 승자가 져야 할 무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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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의 함께하는 긍정] 총선 승자가 져야 할 무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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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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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 받는 인적 쇄신

세금 많이 내는 ‘경제적 강자’도 격려해야

여야모두 ‘정치의 사법화’ 구태 근절하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은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에 전대미문의 무한책임을 안겨 주었다. 이제 여권은 선거 결과를 이끌어낸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함은 물론이고 야당 지지자의 입장도 깊이 수용해야 하는 이중고의 역설에 직면했다. 무한책임을 기꺼이 떠안으며 승자의 겸허함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승자의 몫이라는 것을 깊이 헤아려야 할 때이다.

우선, 여권은 지난 3년간의 국정기조와 성과를 이번 총선을 통해 신임받았다는 자만에서 과감히 벗어야 한다. 오히려 냉정한 자기평가를 통해 국정 운영의 틀을 쇄신하는 기회로 삼는 원숙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의 코로나 사태 극복에 대한 주요 선진국들의 찬사만큼 우리의 총체적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 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야당 지지자마저 고개를 끄덕이는 내각 등 인재 네트워크의 재구축이 긴요하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초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정치 경제적 여건은 최정예 인사들의 헌신적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을 허용치 않고 있다. 정치적 편 가르기나 ‘내 사람을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된다’라는 감성적 구태의 방식으로는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여 국가 이익을 증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한국 경제의 활력을 복원함으로써 건강한 성장 궤적을 만들어내야 하는 당위론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점에서 시장이 신뢰하며 국제사회에서 공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긴박하다.

이제 국민의 기본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믿음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민의 보편적 기대욕구에 뿌리 깊게 잠복되어 있다. 이러한 기대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성장이 지속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추가적 세수 확보와 지출 구조의 지속적 조정이 필요하다. 현금 이전 지출은 급증하는 반면 조세 수입 증대는 정체 상태에 머무르는 현 재정 여건 속에서 기본생활 보장에 대한 정치권의 확고한 다짐이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조세 제도 개편과 재정 개혁의 방향이 정립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역량 복원’이라는 불변의 정책 목표와 충돌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여야는 ‘건전 성장’과 ‘경제 정의 실현’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어느 수준에서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범국민적 정책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특히 세 부담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소위 ‘경제적 강자’의 동기 유발을 추구하는 격려와 공감대의 형성은 범여권이 추슬러야 하는 최대의 난제이고 대통령 리더십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권이 2년 후의 대선 승리가 숨길 수 없는 정치적 목표라고 하더라도 이에 집착하여 균형감을 상실하고 당리당략의 정책 목표에 경도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정을 주도하는 책임 정당답게 보편적 목표설정에 충실한 국정 의제 수립과 균형감을 갖춘 실행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그 결과를 차기 대선에서 평가받는다는 긴 안목의 성숙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한편 40% 내외의 지지를 받은 야당 역시 의석수가 감소했지만 국정의 견제자, 균형자로서의 고유한 역할은 더욱 중시될 수밖에 없다.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을 추구하며 국가 정체성을 높이라고 하는 주권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책임은 현재의 정치권 구도에서 더욱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야당이 ‘방관했던 책임’에 대한 각성은 실패를 통한 값진 선물일 수 있다는 통찰을 되새겨야 한다.

이제 여ㆍ야 모두 새 국회가 출범하는 시점에 정치 과정의 다툼과 논쟁을 사법적 쟁송으로 몰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에 영합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이 타협과 협력을 통해 정치를 잘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들이 걸핏하면 고소 고발장을 들고 검찰 청사에 나타나 지지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모습은 절제와 포용에 앞장서야 하는 책임 있는 공복들의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21대 선량들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ㆍ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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