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가 본격적인 2막의 포문을 열었다. 고산에 금의환향해 지선우(김희애)를 압박하기 시작한 이태오(박해준)와 여다경(한소희)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후반부 전개에 접어든 가운데,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 원작인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그렸던 전개나 결말과 어떻게 차별점을 둘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를 이어오고 있는 ‘부부의 세계’는 이미 6회 방송에서 원작인 ‘닥터 포스터’의 시즌1 분량을 모두 소화한 상태다. 전반부에서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지선우와 이태오 부부 사이에 이태오의 불륜이라는 균열이 생기고, 이를 방관했던 주변 사람들의 진실까지 모두 알게 된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이혼을 통해 복수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자극적인 소재와 파격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김희애, 박해준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호연과 원작과는 또 다른 반전들로 무장한 탄탄한 스토리는 ‘부부의 세계’의 시청률을 하드캐리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방송된 7회부터는 ‘닥터 포스터’ 시즌2에서 다뤄졌던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혼 후 쫓기듯 고산을 떠났던 전 남편 이태오와 여다경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제니와 함께 고산으로 돌아오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원작에서 불륜녀 케이트와 새 가정을 꾸린 사이먼이 호화 저택을 구입해 케이트와 아들 톰이 있는 도시로 돌아온 것과 같은 전개다. 극 중 이태오가 자신의 홈커밍 파티에 아들을 초대한다는 설정 역시 원작과 같다.
다만 전반부에서도 그랬듯, 후반부 역시 원작과는 눈에 띄게 다른 설정들을 더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먼저, 원작과 큰 궤를 같이 하면서도 디테일에 차이를 두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가장 큰 추측을 낳고 있는 인물은 지선우와 이태오의 아들 이준영(전진서)이다. 현재 지선우에게 반항을 하며 아빠 이태오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준영은 후반부의 가장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원작 시즌2에서 그렸던 아들 캐릭터와도 상당히 비슷한 설정이다.
하지만 원작에 비해 이준영은 바쁜 엄마 지선우의 부재를 채워준 아빠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은 인물이라는 점,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 원작보다 복합적인 이유에서 발발했다는 점 등은 향후 전개가 원작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 원작의 배경인 영국에서는 만 16세가 되면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이 가능하지만, 국내의 경우 만 19세가 돼야 성인으로서 독립이 가능하다는 환경적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이준영이 원작의 결말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과연 ‘부부의 세계’에서 이준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원작이 그랬듯 작품을 마무리 할 ‘키맨’이 이준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선우와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신경 전문의 김윤기(이무생) 역시 또 다른 핵심 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국 리메이크판에서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설정으로 등장한 인물인 만큼 그가 ‘부부의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한 모습으로 지선우의 조력자 같은 면모를 보여왔던 김윤기가 마지막까지 반전 없이 지선우의 곁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원작 캐릭터에 비해 상당히 큰 비중으로 활약 중인 여다경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부부의 세계’ 인물 설명을 통해 이태오의 또 다른 불륜이 암시된 가운데, 지금까지 지선우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여다경이 갈등 관계를 이어나갈지, 연합군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반전을 선사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손제혁(김영민)과 고예림(박선영)의 존재도 간과하기 어렵다. 원작과 달리 지선우를 마음에 품고 있는 손제혁의 본심이 아직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아내 고예림 역시 지선우를 향한 다중적인 감정을 드러내면서 정확한 노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 민현서(심은우)나 박인규(이학주)의 반전 여부도 원작과 한국판을 가르는 주요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닥터 포스터’ 시즌2 결말에서는 이태오의 원작 캐릭터가 모든 것을 잃고 난 뒤 아들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부부의 세계’가 이러한 극단적인 전개를 똑같이 답습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정서를 고려할 때, 자녀 앞에서 부모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건 과도하게 자극적인 연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설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들이 홀연히 집을 떠나 사라진다는 결말 역시 그대로 고수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닥터 포스터’의 경우 시즌3를 암시하며 끝맺은 덕분에 ‘열린 결말’로 시즌 마무리가 가능했지만, ‘부부의 세계’는 새 시즌이 예고되지는 않은 만큼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그간 작품 속 스토리 라인에 몰입해 오며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닫힌 결말’을 기대하던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애매모호한 결말은 자칫 원성을 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앞으로의 전개와 결말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부의 세계’ 제작진은 2막 관전 포인트로 ▲여다경을 첫 번째 타깃으로 한 지선우의 정면돌파 ▲이태오를 향해 피어 오르기 시작한 여다경의 불안 ▲요동치는 인물들 간의 관계 구도를 꼽았다. 원작과의 차별점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초 6회까지만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됐던 ‘부부의 세계’는 9회부터 최종회까지도 19세 이상 관람가 편성을 이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부부의 세계’가 화제를 모으며 원작을 정주행 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결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제작진은 ‘원작과의 차별점’도 ‘원작과의 유사점’도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전개에 대한 스포를 막기 위해 원작과 비교해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갓 반환점을 돈 만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작품을 통해 향후 전개와 결말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일관되게 마지막까지 흐름을 이어나가는 가다. 본격적으로 결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이야기 속, ‘자극을 위한 자극’을 지양하고 마지막까지 촘촘한 스토리라인으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전개를 이어나가는 것이 작품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그 가운데 ‘닥터 포스터’와는 또 다른 ‘부부의 세계’ 만의 서사와 매력이 담긴 ‘역대급 결말’이 탄생할 수 있길 기대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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