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항명 분위기에… 丁총리, 홍 부총리 질책 이틀 만에 2차 경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입장을 굽히지 않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공개 경고를 보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사실상 질책한 지 이틀 만이다. 기재부는 끝내 한 발 물러서 더불어민주당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원 요구를 수용했다.
정 총리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난지원금에 대해)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기재부 발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은 정 총리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정 총리는 22일 민주당과의 협의 끝에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등 재정 경감 방안이 마련되면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 주는 방안을 정부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과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을 주장하는 기재부 사이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정 총리의 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은 “기재부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 항명 분위기를 풍겼다.
당정의 불협화음이 심화하는 것으로 해석되자, 정 총리는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뒷말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 총리는 다른 일정 때문에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홍 부총리를 향해 “저의 뜻을 기재부에 정확히 전달해 달라”며 내부 단속을 지시했다. 홍 부총리가 내내 침묵한 것이 기재부의 22일 항명 분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은 터였다.
기재부는 정 총리의 2차 경고에 자세를 낮췄다. 기재부는 23일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원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 이후에 기부한 국민에겐 기부금 세액 공제를 적용하겠다”며 정 총리 절충안을 수용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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