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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혹했던 ‘코로나 속보’… 따져 보니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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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혹했던 ‘코로나 속보’… 따져 보니 가짜 뉴스

입력
2020.04.25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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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팩트체크 결과 136건 중 111건 거짓... “인포데믹은 인류의 적”

‘총선 앞 검사 축소’ ‘공적마스크 개인정보 中 유출’ 등 검증 없이 확산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혼란과 위기 국면에선 특히 더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은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인포데믹’ 현상을 극명히 보여 줬다. 류효진 기자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혼란과 위기 국면에선 특히 더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은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인포데믹’ 현상을 극명히 보여 줬다. 류효진 기자

“인포데믹(infodemic) 역시 우리의 적이다.”

지구촌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달 2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인류 공동의 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에 못잖은 또 하나의 심각한 위협도 실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유행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자의든 타의든, 거짓 정보로 대중을 호도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이른바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경계심이 잔뜩 배어 있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물론 사실과 다르다고 무조건 가짜 뉴스가 되는 건 아니다. 원래 가짜 뉴스란 겉으로는 ‘언론 보도’의 형태를 띠지만,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조작해서 교묘히 만들어낸 ‘속임수 뉴스’를 일컫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용어가 내뿜는 강렬한 아우라 탓인지 너도나도 마구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대폭 확장됐다. 예컨대 사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사화한 언론의 오보(誤報)도 요즘엔 ‘가짜 뉴스’로 불릴 때가 있다. 심지어 활자화되지도 않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의혹을 당사자가 반박할 때에도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동원된다.

때문에 학계에선 가짜 뉴스의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지면서 모호해진 이상,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람들을 속이려는 목적성을 띠고 고의적으로 만든 정보를 뜻하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와 의도치 않은 실수로 생성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미 대중 속으로 파고든 ‘가짜 뉴스’ 개념은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가 희박한데도 사람들이 믿을 법한 거짓 정보 전체를 통칭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일보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광의의 개념에서 바라본 가짜 뉴스의 실태와 현주소를 짚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가짜 뉴스의 유통ㆍ확산은 결국 기존 언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 착안,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코로나19 정보들에 대한 각 매체의 사실 검증(팩트체크) 활동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사회적 혼란 땐 가짜 뉴스가 급증한다’는 속설처럼 실제로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틈타 허위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factcheck.snu.ac.kr)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언론사 30곳이 자체 판단에 따라 사실 여부를 따져본 총 230건의 정보(이달 16일 기준) 가운데 59%(136건)는 코로나19 관련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 중 80% 이상(111건)은 거짓(‘전혀 사실 아님’ 61건, ‘대체로 사실 아님’ 50건)으로 드러났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된 코로나19 관련 미확인 정보들 가운데 언론이 주목했던 10건 중 8건은 허위 내용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전수 조사가 아니었고, 무작위 추출 방식이 아닌 언론의 취사 선택에 따른 정보 검증이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지만, 적어도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가 적지 않았다’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 센터장은 “위기 상황에선 자신과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욕구가 있다”며 “그만큼 허위 정보가 확산하기도 쉬운 여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전문가가 말했다’ ‘해외 논문에 따르면’ 등의 표현까지 들어가 있어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인식된 허위 정보가 많았던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증 결과 및 코로나19 관련 정보 출처.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증 결과 및 코로나19 관련 정보 출처.

◇허위 정보, 특정 진영 입맛대로 편집ㆍ확산

이처럼 가짜 뉴스는 시점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언론이나 정부기관 등에 의해서 걸러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의도했든 아니든, 기성 언론에 의한 ‘가짜 뉴스 확대 재생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엔 특정 세력의 ‘의도’마저 종종 개입한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소재 한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A씨가 지난달 말쯤 올린 페이스북 댓글.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가짜 뉴스의 핵심 근거로 사용됐다. 인터넷 캡처
인천 소재 한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A씨가 지난달 말쯤 올린 페이스북 댓글.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가짜 뉴스의 핵심 근거로 사용됐다. 인터넷 캡처

4ㆍ15 총선을 앞두고 큰 논란을 부른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대표적 사례다. 단초가 된 건 지난달 말쯤 인천 소재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심장내과 전문의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이었다. 여기서 A씨는 “(정부가) 검사를 못 하게 하고 있다. 총선 전까지는 검사도 확진도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확인되지 않았던 A씨 주장은 지난달 30일 보수 성향으로 추정되는 한 페이스북 이용자 등이 “정부의 사악한 짓을 퍼트려 달라”면서 문제의 댓글 캡처 사진을 게재하면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엔 구독자 100만명이 넘는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의사 양심선언! 정부가 코로나 검사를 막고 있다!’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A씨의 댓글 내용은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이 영상 링크와 함께 ‘충격, 정부가 코로나 검사를 막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하지만 ‘검사 축소’ 의혹은 지난달 31일부터 주요 언론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 아님’ 판정을 내리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총선 이틀 전인 13일, 일간지의 논설위원이 문제의 A씨 댓글을 인용하며 ‘정부의 확진자 조작설’을 다시 끄집어낸 탓이다. 이보다 10여일 전, 같은 언론사가 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던 허위 정보의 불씨를 되살려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곧바로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면 바로 진단검사를 할 수 있다”고 정면 반박했지만, 이를 이용하고 싶은 정치권은 가만있지 않았다. 이튿날인 1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의심 증상이 있어도 엑스레이(X-ray)로 폐렴이 확인돼야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총선까지는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맞장구를 쳤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해당 의혹을 재점화해 보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결국 이 사건은 의사 A씨의 ‘반성문’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7일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와는 달리) 제 글이 정부가 감염을 숨기기 위해 검사 수를 줄이고 있다는 음모론으로 뒤바뀐 채 편집돼 인용됐다”며 “경솔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A씨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병원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A씨가 근무하는 병원 관계자는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과 반성문은 모두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병원과는 무관하다”며 “병원은 복지부 지침에 따라 검사를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짓 판명돼도 ‘속보’ ‘전달사항’ 달고 부활

특정 진영의 입맛에 맞춘 언론 보도는 또 있었다. 지난달 7일 한 보수 인터넷 매체는 ‘한국은 마스크 대란인데… 일본, 가구당 마스크 40매 무료 지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고, 이는 급속도로 퍼졌다. 제목만 보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일본 정부에 뒤처지는 것 같지만, 실제 기사 내용은 ‘일본 홋카이도 등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가구당 마스크 6개가 지급되고 순차적으로 총 40매로 늘릴 계획’이라는 게 전부다. 사실과 허위를 뒤섞는 수법으로 ‘정부 공격’에 유용한 정보를 편집하고 유통시킨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조작설’ 의혹을 촉발한 전문의 A씨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성문 내용의 일부. A씨 페이스북 캡처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조작설’ 의혹을 촉발한 전문의 A씨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성문 내용의 일부. A씨 페이스북 캡처

이는 가짜 뉴스 확산의 빌미가 됐다. 이튿날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기사를 캡처한 게시물들이 잇따랐다. 제목은 ‘가구당 마스크 40매 무료 지급’이었고, 댓글은 ‘저게 나라지’ ‘중국에 퍼 주기 때문에 우리는 저런 거 못 한다’ 등 정부 비판 일색이었다. 유사 언론들도 ‘한국은 일주일에 마스크 2장을 사려고 줄을 서는데, 일본 정부는 가구당 40장을 지급한다’는 기사 형태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가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수 언론은 팩트체크를 거쳐 ‘사실 아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은령 센터장은 “허위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선 분노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왜 대책을 안 세우는 거야’ 같은 감정이 드는 정보라면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는 허위로 드러나도 곧잘 다시 살아난다. 지난달 14일 온라인상에선 ‘연세대 약학대학장의 발언’이라면서 “의약계가 코로나19 변이에 따른 2차 파동을 우려하고 있다”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코로나19는 S형인데, 이탈리아에서 번지는 코로나는 변형된 바이러스로 감염력이 4배나 강해서 2차 파동이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는 “약학대학장이 사석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으나, 변종 바이러스나 2차 파동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고 한다”고 부인했다. 팩트체크에 나섰던 복수의 국내 언론 판단도 ‘사실 아님’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 이를 짜깁기한 내용이 ‘속보’라는 제목하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19일 우파 성향으로 보이는 블로거가 여당 정치인을 비꼬는 글에 ‘총동문회소식전파’라며 ‘의약계의 코로나19 2차 파동 우려’를 전하는 내용을 적었다. ‘연세대 약학대학장의 발언’이라는 부분만 쏙 뺀 채 “주변 분들에게도 이 정보를 적극 알려 주시라”고도 했다. 이미 수차례 허위로 드러난 내용을 마치 새로운 소식(뉴스)인 것처럼 전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활용한 것이다.

‘공적 마스크를 사면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루머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11일을 전후해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주고 마스크를 구매할 경우, 개인 정보가 해킹당해 선거 조작에 활용될 수 있다.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지 말라’는 내용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이 역시 언론사의 팩트체크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20일 변형된 형태의 가짜 뉴스 게시물이 ‘전달사항’이라며 또다시 한 블로그에 올랐다. ‘약국을 운영하는 분이 보내온 글’이라는 추가 설명과 함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주민번호를 불러주는 순간 개인의 모든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짜 뉴스의 위험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과 8일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당시 교회에선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의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단체 채팅방 등에서 ‘소금물로 입을 헹구거나 소금을 섭취해 인체의 염분 농도를 높이면 코로나19를 예방ㆍ치료할 수 있다’는 설이 돌았던 탓이다. 교회 입장에선 ‘바이러스 예방’ 목적이었다지만, 결과적으론 확진자 입에 소금물을 뿌렸던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고 다른 예배 참석자들에게도 사용하면서 감염을 부추긴 꼴이 됐다.

가짜 뉴스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심각한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짜 뉴스가 돌면 일 자체에 몰두하기도 바쁜 의료진들이나 방역당국이 그걸 해명하느라 참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당면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판에 허위 정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우는 ‘소모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높아진 팩트체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높아진 팩트체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기성 언론 불신 있지만 팩트체크 역할 기대”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언론’에 있다고 강조한다. 기성 언론이 사실 여부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기사를 생산하는 탓에 가짜 뉴스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극복할 해법도 ‘저널리즘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언론학자인 휘트니 필립스 시러큐스대 교수는 저서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에서 “기자들은 자신들이 거짓 정보 유통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령 센터장도 “대중은 기성 언론을 불신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선 전통적인 미디어를 찾는다”며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기대에 부응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팩트체크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6개국 국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평가했는가’ 보고서 내용은 꽤 흥미롭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각국의 미디어 이용자(한국 1,009명, 영국 2,216명, 미국 1,273명, 독일 2,003명, 스페인 1,018명, 아르헨티나 1,003명)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경우 언론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도 불구,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접하는 출처로 ‘언론사를 이용했다’는 응답 비율이 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74%로 동일했고, 영국과 미국은 50%대, 독일은 40%대에 그쳤다. 한국의 기성 언론에 대한 따가운 비판과는 별개로, 여전히 언론을 주된 정보 채널로 삼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독해력) 증진도 가짜 뉴스 폐해 방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 2월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의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언론사들이 ‘받아쓰기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팩트체크 보도에 주목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와 함께 국민들의 미디어 독해력 함양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박미영 한국NIE협회 대표도 “코로나19는 인류가 처음 맞는 것이어서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정보 출처가 개인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기관인지, 어느 시점에 나온 정보인지 등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이 정보 습득 채널로 가장 많이 찾는 유튜브에 대해선 “성향에 따라 한쪽 정보를 몇 번 보면 자동 추천 기능 때문에 계속 그쪽 정보에만 노출된다”며 “확증편향(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만 수용)을 피하기 위해 반대쪽 자료도 의식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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