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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등 주요도시 ‘사회적 격리’ 완화… 출구전략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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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등 주요도시 ‘사회적 격리’ 완화… 출구전략 가시화

입력
2020.04.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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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베트남 하노이시 북뜨리엄군 문화센터에 마련된 무료 쌀 배급소 앞마당에서 빈곤층들이 2m 간격을 유지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17일 베트남 하노이시 북뜨리엄군 문화센터에 마련된 무료 쌀 배급소 앞마당에서 빈곤층들이 2m 간격을 유지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소강 국면에 진입한 베트남이 수도 하노이와 호찌민ㆍ다낭 등 대도시에 적용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책을 일부 완화했다. 대중교통 운행 전면 중지와 ‘2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된 지 20여일 만에 확실한 출구전략에 나선 것이다. 20만명에 이르는 우리 교민들의 일상 생활에도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

23일 베트남 정부와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전날 “각 지방정부의 요청을 받아 들여 지역 그룹별로 격리 조치를 완화해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최강의 격리 조치를 요구한 훈령 16호를 부분 격리가 골자인 15호로 교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염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던 하노이시와 하장성, 박닌성 대다수 지방과 호찌민시 등 네 곳은 위험지역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다낭시 등 나머지 고위험 지역 11곳은 두 단계 내려간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다만 확진 환자 발생으로 지역봉쇄가 진행 중인 하노이시의 메린현과 뜨엉띤현, 하장성 동반현,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 부근 등 4곳은 계속 고위험 지역으로 남겨 뒀다.

하노이시는 총리 지시에 따라 이날부터 완화된 격리 지침을 전격 시행했다. 우선 전면 통제됐던 버스 운행을 허용하고 택시와 승차공유서비스인 그랩도 30% 가량 운영되도록 했다. 대신 탑승 승객들은 반드시 손 소독을 해야 하며 차량 안에서도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해야 한다. 또 20인 이하 이용 규모의 소형 식당과 서비스업의 영업은 가능하지만 대형 식당과 노래방, 술집, 이발소 등의 운영은 여전히 제한된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도 손님과의 거리 유지 등을 조건으로 영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격리 지침이 다소 완화됐으나 다중 모임은 앞으로도 철저히 통제하기로 했다. 축제, 스포츠 경기 등 1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금지되며 20명 이상 모이는 종교활동도 불가하다.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기존처럼 과태료 등 처벌이 뒤따른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코로나19 주요 발병국과의 국제선 운항 역시 계속 제한되고 국내선도 대도시간 하루 최대 20편까지만 운항하도록 제한을 정했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이달 1일부터 ‘2인 이상 모임 금지ㆍ2m 간격 유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대중교통 및 차량ㆍ오토바이 운행 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약국과 식료품점 등 필수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중 시설의 영업도 금지하고 각 지역간 이동도 대부분 차단했다.

강력한 격리책의 효과로 코로나19 확진세가 주춤하자 15일부터는 하노이 등 15개 ‘감염 고위험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48개 지역을 묶어 격리책을 1차 완화했다. 실제로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북부 타이빈성과 남부 까마우성은 20일부터 9∼12학년(중학교 3년∼고교 3년) 학생들의 등교를 허가했으며, 남부 일부 지역에선 버스 운행도 재개됐다.

베트남 정부의 완전한 격리 해제 발표는 내달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통일기념일(4월 30일)과 노동절(5월 1일)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가 예정돼 있는 만큼, 우선 이 기간 지역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인들에게 4월말~5월초 연휴는 자국 구정 설(뗏)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긴 휴식 시간이다. 이에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은 해당 시기에 국내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가뜩이나 베트남인들이 사회적 격리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연휴 전 이동의 자유까지 완전히 보장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 보건당국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이미 두 달 전부터 각 지역별 코로나19 출구 전략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연휴 뒤에도 상황이 안정적이면 인구와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별 방역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이날까지 일주일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망자는 없으며 268명의 확진자 중 223명이 완치돼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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