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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정치적 금치산자로 모나” 만만찮은 反김종인비대위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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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정치적 금치산자로 모나” 만만찮은 反김종인비대위 기류

입력
2020.04.24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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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에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에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둘러싼 미래통합당 내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임기 제한 없이 전권을 가진 비대위를 요구한 것을 두고 “받아들인다면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당을 개혁해내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도 전부터 난관에 봉착한 형국이라 험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대위 구성 대신 ‘자강’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23일도 이어졌다. 3선이 되는 조해진 당선자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의 요구가 “모욕적”이라며 “이런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21대 국회의 84명 통합당 당선자가 당을 스스로 다스리거나 개혁할 능력이 없는 정치적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선한 김선동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100석이 넘는 정당이 무뇌가 아니라면 스스로 사심만 버리면 우리의 구조적 문제들을 들어낼 쇄신을 하면 국민들도 지켜봐 줄 것”이라고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당 해체 주장까지 나왔다. 무소속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는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발이 대세는 아니다. 현역 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140명을 대상으로 2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인 60여명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다.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초선의원들 역시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당선자 총회 없이 지도체제를 개편하기로 한 최고위원회 결정이 아쉽긴 하지만 존중한다. 빨리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개편해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강한 비판에 나선 이들 중에는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많다.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향후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권투쟁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도 일단 겉으로는 당내 반발 기류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전날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부터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 받은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민주정당인만큼 반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라며 “어차피 임명권한은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종 수락까지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하지만 김 전위원장 영입을 설득한 심 권한대행도 이날 “무기한 비대위원장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고, 당초 이날 예정된 두 사람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과 심 권한대행은 당 상황이 정리가 된 이후에 만남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권한대행과의 조율이 이뤄져도 28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통합당은 4년 전 새누리당 시절에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어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를 추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가 대거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가 미달돼 표결 조차 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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