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화암 1% 불과…6개월 내에 목숨 잃어
국내에서 발병하는 여성암 가운데 유방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진행이 느리고 예후도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달리 갑상선암 가운데 미분화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췌장암보다 나쁠 정도로 ‘독한’ 암이다.
박정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장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늦고 치료예후가 좋아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일부 암은 방치하다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갑상선암에 대한 인식을 ‘착한 암’에서 ‘느린 암’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갑상선암 중 미분화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도 6개월 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기에 갑상선암이라고 너무 안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상선암은 발생 부위나 암세포의 성숙도(분화)에 따라 세분화된다. 비침습여포변종유두암과 같이 예후가 좋아 암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분류하자는 의견도 있는 반면 미분화암은 예후가 극히 나쁘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대다수는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이들 암은 모두 갑상선 내 여포세포(내분비 조직 내 주머니처럼 생긴 조직)에서 발생하는 분화암이다.
유두암은 국내 갑상선암의 90~9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암으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예후도 갑상선암 가운데 가장 좋다.
유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여포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2~3%를 차지한다. 여포암 가운데 90%는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는 ‘최소침범형’으로 반절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반면 치료가 어렵거나 예후가 나쁜 갑상선암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분화암(역형성암)’이다. 미분화암은 갑상선분화암(유두암, 여포암)이 오래 방치하면 분화의 방향이 역전돼 생긴다. 갑상선암의 1%에 불과하지만 다른 갑상선암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진단과 동시에 4기로 분류된다.
미분화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몇 개월 단위로 짧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지만, 최근 암이 갑상선에만 국한돼 있으면 항암ㆍ방사선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밖에 여포암의 10%를 차지하는 ‘광역침범형’ 여포암이나 조기 발견되지 않는 ‘수질암’ 등도 예후가 좋지 않다.
또한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이라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공동암위원회(AJCC) 통계에 따르면 55세 이상 유두암과 여포암 등 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1기 99%, 2기 95%에 이르지만 3기에는 84%, 4기에는 40%까지 급감한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수술을 통해 완치된다. 진도가 느린 유두암은 크기가 1㎝ 미만인 상태에서 기도ㆍ성대신경ㆍ갑상선 피막 등으로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또는 원격 전이가 없다면 추적관찰을 시행하고 악화되면 수술한다.
다만 1㎝ 이하 미세암이라도 암의 위치가 성대신경 근처ㆍ기도 근처ㆍ피막을 뚫고 나가는 위치에 있거나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가 있으면 곧바로 수술해야 한다.
전통적인 수술법은 전신마취 후 목을 4~8㎝가량 절개해 환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할 때 암세포를 직접 확인하고 떼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목에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에는 목 중앙이 아닌 목 옆쪽을 3~3.5㎝만 절개하는 ‘최소침습갑상선절제술’ 등이 시행되고 있다.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을 해야 한다. 수술로 치료해도 30년 장기 재발률이 30%나 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종류의 암은 재발되면 경과가 나쁠 때가 많지만 유두암이나 여포암과 같은 분화 갑상선암은 재발해도 사망률이 8%로 낮다.
박 센터장은 “갑상선암의 95%는 증상이 없고, 5% 정도가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지거나, 결절이 커서 호흡이 불편하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거나, 갑상선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목소리가 바뀔 때에는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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