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꽂아볼까?” 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강동구 성내어울터. 초등학교 4학년인 변정연양은 일본인인 기무라 에미코(56), 야마시타 미요코(54), 히데시마 후사코(52)씨와 우유팩을 재활용해 화분을 만들고 있었다.
변양은 한국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져 이날 오전 집에서 컴퓨터로 수업을 마친 뒤 아빠와 함께 짬을 내 구 내 해외 이주민 모임인 ‘하나(花)’를 찾았다.
해외 이주민들은 다같이 모여 꽃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꽃을 기부한다. 꽃꽂이는 제법 손에 익은 눈치였다. 장미와 소국, 패랭이꽃을 우유팩에 꽃은 뒤 포장을 한 5개의 근사한 화분은 30여분이 채 안 돼 뚝딱 만들어졌다. 회원들은 직접 만든 꽃 화분을 경로당에 보낸다. 야마시타씨는 “한국에서 아이도 낳고 살면서 받은 정을 지역사회로 돌려주고 싶어 지난해 모임을 만들었다”며 “중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온 이주민들과도 함께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는 구의 마을 공동체 사업 일환은 이웃만들기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꾸려졌다. 강동구엔 2,156명의 해외 이주민이 산다.
서울 강동구가 공동체 회복을 구정 화두로 내세워 21세기 ‘더불어 사는 삶’의 전도사로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강의 기적’을 바랐다면, 강동구는 2012년부터 5개년 단위로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진행해 사라져 가는 공동체 문화 회복에 행정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강동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마을 공동체 사업 1기를 진행했고, 2019년부터 2023까지 2기를 추진한다. 2기에 투입될 예산은 총 75억원. 사업 기간과 예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파격적인 시도라는 게 행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목 공사가 아닌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자치구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공동체 사업 활성화에 앞장선 강동구의 실험은 이정훈 청장과의 구정 방향과 맞물려 있다. 이 청장이 이끄는 강동구의 캐치프레이즈는 ‘더불어 행복’이다. ‘변화’와 ‘품격’을 앞세운 인근 강남3구의 지향점과 결을 달리한다.
강동구가 이 같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역 발전의 불균형’ 때문이다. 대규모 새 아파트가 들어선 고덕ㆍ명일동과 오래된 저층 주거지가 즐비한 천호ㆍ암사동은 강동구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구청장은 “강동구는 중산층 지역과 저소득층 지역 간 교류가 단절돼 있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주민들이 서로 삶을 지지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선도적으로 펴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곳곳에 세워 마을 공동체 사업이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 개소를 앞둔 천호동 마을활력소를 포함해 2022년까지 마을 공동체 모임을 위한 단독 건물 6개소를 세운다. 강동구는 2012년부터 마을 공동체 관련 조례 제정과 마을 활동가 양성 등을 추진하며 사업을 준비해왔다.
강동구는 마을 활력소를 기반으로 올해 총 187개 공동체 모임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주제는 1인 가구, 환경, 육아 등으로 다양하다. 김민영 강동구 마을공동체팀장은 “강동구는 활발한 재건축 진행으로 2023년이면 인구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돼 지역 내 공동체 모임이 더 절실해진다”며 “주민이 주체적으로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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