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곁을 떠났던 축구가 다시 돌아왔다. K리그1(1부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2(2부리그) 수원FC가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20시즌 K리그 첫 시범경기를 열었다. 비록 정규 리그 개막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빼앗겼던 그라운드에는 모처럼 활력이 솟아났다.
수원FC는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치러진 인천과의 무관중 시범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K리그에서 공식적으로 팀간 경기가 치러진 건 무려 138일만이다. 그간 K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로 단 한 경기도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19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내림에 따라 21일부터 무관중 연습 경기가 허용되면서 이날 경기가 성사 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치러진 경기인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경기는 또 방역 대책 등을 실행시켜볼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였다. 구단은 물론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까지 현장에 나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경기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한 이색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선수들은 끼고 있던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경기장에 입장했다. 상대팀은 물론, 같은 팀 선수들끼리도 안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 입장했다. 페어플레이 악수와 같은 신체 접촉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냈다. 마시는 물도 철저하게 관리됐다. 수원은 물병에 선수 이름을 썼고, 인천은 선수 번호를 적어 관리했다.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자 방역 대책을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선수들이 격렬하게 몸을 부딪히며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축구 특성 때문. 평소처럼 태클도 빈번하게 일어났고, 넘어진 선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또 전반과 달리 후반 시작 때는 선수들이 둥그렇게 스크럼을 짜기도 했다. 지침상 불가했던 선수간의 대화도 평소와 같았다. 경기 후 인천의 김도혁(28)은 “선수들이 신경 쓴다면 침 뱉기는 안 할 수 있지만, 대화는 어쩔 수 없다”라며 “대신 몸 관리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의 임완섭(49)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답답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기에,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원FC의 이한샘(31)은 “무관중이 아쉽긴 하지만, 진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너무 설렜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구 가뭄’에 시달리던 팬들도 경기장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축구팬들은 경기장 밖 펜스를 붙잡고 선 채 경기를 관람했다. 일부 인천 팬들은 응원가를 크게 부르며 인천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팬들의 응원소리가 선수들의 기합 소리만 가득하던 경기장의 적막을 깨기도 했다.
타 구단을 응원해도 ‘축구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축구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대구FC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장인 이승재(37)씨는 “출장 차 인천을 찾았다가, 연습 경기가 있다고 해서 왔다”며 “모든 축구 팬들이 요즘 ‘축구 마렵다’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나 역시 축구 경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데, 축구 경기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서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전반 28분 마사의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FC가 승리했다. 양팀은 후반 들어 선수를 대거 교체했다. 인천은 11명 전원을 교체하기도 했다. 실험에 무게를 둔 것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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