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판매대수가 9년 만에 10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1분기엔 환율 효과에 현대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선전했지만 코로나19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3일 가진 ‘2020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25조3,194억원, 영업이익은 4.7% 증가한 8,63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3.4%로 지난해 1분기와 동일했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90만3,371대를 기록했다. 분기 판매량이 100만대 이하로 떨어진 건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내수 판매량은 신차 판매 호조에도 코로나19 여파로 국내공장 생산 중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3.5% 감소했다. 해외 판매량은 중국, 인도, 유럽 등의 수요 감소 영향에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한 74만4,310대에 머물렀다.
판매감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했다. 내수 시장에서 ‘더뉴 그랜저’ ‘GV80’, 해외 시장에서 ‘팰리세이드’ 등 신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제품믹스가 개선돼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진 덕분이다. 또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193원으로 지난해 1분기(1,125원)보다 6% 가량 올라간 영향도 컸다. 이 밖에 미국시장에서 인센티브를 축소한 것도 판매매출 성장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경상이익은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한 관계기업 손익 악화와 외화 관련 손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감소한 7,243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에 비해 42.1% 줄어든 5,527억원까지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앱티브 합작법인과 관련한 일회성 기타매출 약 1,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영업이익도 하락해 1분기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역시 2분기다.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에서 코로나19 부정적 영향이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 데다, 국제유가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면서 판매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분기에만 글로벌 판매량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4월 내내 공장을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했고, 5월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하다. 유럽, 중남미, 러시아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글로벌 수요 감소세가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돼 하반기 판매 회복 예상에도 연간 수요가 전년 대비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에서만 신차 미출고 물량이 12만대에 달하기 때문에 수요 감소에 맞춰 물량을 조정하고, 예정돼 있던 신차 출시 일정도 일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신차 판매 확대와 고급차 비중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인센티브 운영, 신차·SUV 위주 공급 확대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보증기간 연장 등 고객 지원방안 또한 구체화하기로 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해외시장 딜러 영업과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 영향으로 수요부진 심화 예상되고, 2분기 하락세가 본격화돼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자동차 부문에 11조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 급감에도 연말까지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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