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4기 당선 2년도 안돼 사퇴, 기자회견서 女공무원 추행 인정
작년 다른 女공무원 미투 의혹… 민주당 “제명” 경찰 수사 착수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문제로 23일 전격 사퇴했다. 3전4기 끝에 2018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된 지 664일 만이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데다 사퇴 이유가 성관련 비위란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을 즉각 제명키로 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참으로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다. 오늘 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 시장은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이달 초 여성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을 안다”면서 “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 시장측은 사건 이후 주변을 통해 회유를 시도했다.
오 시장의 성추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서도 여성 공무원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으며, 앞서 2018년엔 여성 직원들을 양옆에 앉히고 회식을 하는 사진이 공개돼 구설수에 올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을 겪은 민주당으로선 여당에 대한 책임론을 경계하고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중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오 시장 제명 방침을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이 일로 부산 시정 공백이 불가피해진 것에 대해서도 부산 시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제명 이외에 다른 조치를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성추문이 이번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오 시장이 사퇴 시기를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관련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피해여성 A씨도 입장문을 내고 성추행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그곳(시장 집무실)에서 발생한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며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 받아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 때문에 오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오 시장의 회견문 중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을 거론하며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 내사에 착수했다. 부산경찰청은 “오 시장이 사퇴에서 밝힌 성추행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오 시장과 관련해 미투 의혹이 제기됐던 또다른 여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