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이어 또 성범죄 지자체장
통합당 “민주당 민낯 드러나” 맹비난
부산, 내년 4월 보궐 선거까지 혼란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사실을 밝히고 사퇴하면서 부산 시정은 1년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구 340만명의 국제도시 부산이 선출직 광역단체장의 중도사퇴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오 시장은 사퇴로 도망치지 말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 직후인 11시 30분쯤 부산시의회에 사임 통지서 냈다. 접수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면서 시장직을 잃고 전직 신분이 됐다.
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직을 사임하려면 지방의회 의장에게 미리 사임일을 적은 사임 통지서로 알려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 시장은 시의회 의사과에 이날 사퇴를 적시한 사임장을 접수했다.
부산시는 곧바로 변승완 행정부시장 시장권한대행체제로 전환했다. 또 오 시장 사퇴와 함께 그를 보좌했던 박성훈 경제부시장을 비롯한 15명의 정무라인도 대부분 면직됐다. 지방별정직공무원(정무직)은 임명 지자체장의 임기가 만료(사직, 퇴직 또는 자격상실)될 경우 자동 면직된다는 지방행정조직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행정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하는 비상체제에 들어갔지만, 내년 4월 시장 보궐선거까지 실질적으로 주요 정책결정에 힘이 실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투표로 당선된 민선 단체장이 사라지면서 공무원 사회의 동요가 불가피한 데다, 그 기간도 1년이나 되는 탓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 치러진다.
지역정가와 시민사회는 들썩거리고 있다.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은 성명서를 내고 “혹시나 했던 오거돈 시장의 미투 의혹이 역시나 였다”며 “전국 지자체장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은 두 번째 사례의 오명은 여성인권과 여성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이중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물론, 김남국 당선자까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관련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며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논평에서 “성평등을 위한 법제도를 만들고 모범을 보여야 할 부산시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대중 앞에 나섰다”며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회피하려는 듯한 성폭력 가해자들의 전형적 모습에 더욱 참담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4ㆍ15총선에서 민주당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오 시장이 사퇴 시기를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당에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사퇴 기자회견이)당과 상의해 이뤄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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