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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민심 못 읽은 결과는 뻔하다

입력
2020.04.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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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황교안(왼쪽)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왼쪽)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다 잡은 고기’였을 법하다. 대구ㆍ경북 확진환자 속출을 정부ㆍ여당의 무능과 방역 실패로 몰아갈 때만해도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여겼을 것이다. 원내대표가 대통령 탄핵 얘기까지 꺼낼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던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4ㆍ15 총선 결과는 참패였다. 세계가 우리의 방역을 칭찬하며 K방역을 배우려 나서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무런 대안없이 “방역실패”“탄핵”만 외친 탓이다. 정부가 묵묵히 코로나19 해결에 집중하고, 의료진은 최일선에선 헌신하고, 국민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초유의 감염병을 극복해 갈 때 제1야당은 이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이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뒤늦게 “의심증상이 있어도 검사하지 못하도록 해 총선까지는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것”(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마타도어를 뿌려봤지만, 이미 등진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 관련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는 동지(同志)를 잘못 선택한 탓도 크다. 정부의 방역이 실패해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방역당국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고의 파트너였을 터다. 극우 성향을 보이는 최대집 회장 체제의 이익단체 의협은 ‘비급여의 급여화’(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핵심으로 한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방역 실패로 몰아갔다. 의협은 정부가 자신들이 주장한 ‘중국발 입국제한’을 하지 않아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논리를 펼쳤고, 미래통합당은 이런 전문가집단의 주장에 편승해 정부를 비판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의협을 방문하고 최 회장은 미래통합당 유세장을 찾는 등 찰떡궁합의 모습도 보여줬다.

물론 확진자 1만702명, 사망자 240명(23일 0시 기준)을 감안하면 방역이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중국발 입국자를 막았다면 이런 피해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협의 확신에는 동의할 수 없다. 중국발 입국자를 모두 막은 미국과 싱가포르의 현재 처지를 어떻게 설명한 건가. 감염자와 그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격리시키고,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한 것은 올바른 처방이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다.

의협이 생떼나 다름없는 비판을 지속하며 민심과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실제 지난달 30일 의협은 회원 1,589명(전체 13만여명)에게‘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부의 대응 전반’을 물은 결과 68.9%가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지난달 27~30일 국민 10명 중 7명은 ‘대통령과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국리서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느닷없이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총선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다. 여당 압승으로 문재인케어라는 ‘사회주의 의료제도’가 강화될 것이고, 이는 의사들에게 ‘최선의 진료’가 아닌 ‘적정 진료’를 강요할 것이라는 논지를 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문재인케어에 많은 국민이 반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회원들 사이에서도 “최 회장 체제의 의협은 극단적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내부 불신은 그 집단에게도 불행이다. 최 회장은 “전문가 배제, 의학적 필요가 아닌 정치적 필요에 의한 의료정책, 독단과 강행, 일방주의”라고 문재인 정부 3년의 의료정책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협의 행보가 바로 자신들만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독단과 일방주의가 아닌지, 정치적 필요에 의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한다. 민심을 읽지 못한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이대혁 정책사회부 차장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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