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소신’

입력
2020.04.23 18:00
수정
2020.04.23 18:16
26면
0 0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소신(所信)’이라고 하면 자칫 퇴임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여기서 쓴 ‘마지막’이라는 형용사는 직책상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정도의 의미다. 홍 부총리가 요즘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여권과 이례적인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으로 책정해 전 국민에게 나눠 주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것이다.

□ 당초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가구에 대해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택 등 수급자의 실제 재산 반영 여부와 방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고, 그에 따른 지급 지연 우려가 대두됐다. 아울러 총선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무차별 지원’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민주당도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정부의 70% 지원 방안은)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전 국민 지급에 대놓고 반대했다.

□ 민주당의 압도적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의 ‘항명’이 계속되자 당의 압력도 거세졌다. 급기야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전 국민에 주느냐, 70%에 주느냐는 논란은 3조원 정도 차이가 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인데, 기재부가 70% 지급을 고집한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시민당 김홍걸 당선인은 “기재부가 걱정하는 게 재정건전성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 그동안 ‘정권의 예스맨’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왔던 홍 부총리지만, 재정 문제에서는 달랐다. 이미 총선 전엔 추경안을 대폭 증액하라는 당의 요구를 거부해 이해찬 대표로부터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저항을 ‘기재부 정치’로 보는 건 지나치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재정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홍 부총리는 요즘 헌법 취지에 따라 기재부가 재정건전성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는 물러설 수 없는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