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신(新)수도 예정지가 쓰나미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간 자연재해가 적다는 점을 부지 선정 이유로 설명해왔다.
23일 BBC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최근 영국과 인도네시아 연구팀은 신수도 부지가 들어서는 칼리만탄(보르네오)섬과 인근 술라웨시섬 사이 마카사르해협에서 수중 산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만약 대규모 산사태가 반복되면 새 수도와 가까운 발릭파판만이 범람하는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지진 데이터를 활용해 해저 연구를 수행한 결과 해수면에 커다란 파도를 발생시키고 침전물이 칼리만탄섬 발릭파판 일대 삼각주 남쪽까지 퍼진 산사태 발생 구역을 19개 발견했다. 그러나 수중 산사태가 언제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우이스딘 니콜슨 영국 헤리엇와트대 교수는 “‘낮은 빈도, 높은 충격’이라는 가정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위험으로 고려할 사항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며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해저 연구는 최근 런던지질학회에서 발표됐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수도 이전 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칼리만탄섬 동부칼리만탄주(州) 발릭파판과 사마린다 사이 스모이와 스파쿠 일대 1,800㎢가 대상지로 지정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결정 배경에 대해 “지진과 쓰나미 홍수 산불 화산 등 재난 위험이 적고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는 수도 자카르타의 행정 기능을 분할하는 ‘똑똑한 친환경 도시’를 표방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수도 이전 및 개발에 대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착공해 2024년 이주 완료가 목표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예산 배정 등이 늦어지고 있으나 투자자 모집 및 사업 검토는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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