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관련 의혹 부인하며 “성희롱 척결” 주장
성폭력상담소 “오 시장 성추행은 예견된 일”
23일 성추문으로 전격 사퇴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과거 공직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일벌백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또 과거 불거졌던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는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고 처벌 의지를 드러내는 등의 행동으로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선거자금, 미투 등 저를 둘러싼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떠돌고 있다”며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당시 오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돈 거래가 있었단 주장과 함께 그가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에만 4차례 도전, 3번의 낙선 끝에 2018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처음 탄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이란 역사를 쓴 인물이다.
앞서 성추행 의혹에 ‘가짜뉴스’라고 펄쩍 뛰던 오 시장은 6개월여가 지난 이날 “한 사람에게 5분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다만 이는 가세연이 지난해에 제기했던 성추행 의혹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의 자진사퇴로 과거 앞 뒤가 달랐던 그의 발언과 행적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오 시장은 2018년에도 회식 자리에서 양 옆에 여성 노동자들을 앉게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자 “잘못된 관습과 폐단을 안일하게 여기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시 산하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최대한 엄벌하겠다”며 경고했고, 지난달 8일 ‘여성의 날’에는 “여성 한 명 한 명의 행복이 곧 부산의 행복”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오 시장을 향해 곳곳에서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다.
시장 사퇴의 발단이 된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접수 받았던 부산 성폭력상담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예견된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피해자를 통해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당선 후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성희롱ㆍ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일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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