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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한국인] 외식 시장 ‘먹어들어간’ 가정 간편식

입력
2020.04.25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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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언택트(Untactㆍ비대면)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에서 시작된 언택트 물결은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유통 등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사회 정보망을 기반으로 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언택트 확산은 관련 업종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준비된 자’와 ‘그렇지 \한 자’에 따라 기회와 위기로 나눠진다. 대표적 대면 업종인 외식업은 언택트 확산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공급자인 외식업체와 수요자인 소비자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가 변화 중이며, 배달 수수료와 라이더의 안전 근로 이슈는 사회적 논쟁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외식 트렌드가 최근 5년간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았다.

국내 외식 시장 규모
국내 외식 시장 규모

외식 빈도는 감소, 나홀로 외식은 증가

통계상 외식은 음식점에서 구매 형태에 따라 방문외식, 배달외식, 포장외식으로 구분된다. 음식점이 아닌 소매유통점에서 구매하는 가정간편식(HMR)은 취사 과정이 필요하므로 외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에 커피와 같은 음료와 구내식당 식사는 외식에 포함된다.

최근 5년간 한국인의 외식빈도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외식빈도는 2016년 월평균 15.0회에서, 2017년 14.8회 2018년 13.9회, 2019년 12.9회로 5년 계속 줄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HMR이 다양해지고, 신선 가정식 배달이 편리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국내 HMR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이상 폭발 성장해 올해 시장규모가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새벽배송은 해마다 250%씩 성장해 올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성비 높은 간편가정식이 다양해지고 1, 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 가정식이 외식의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식빈도는 줄었지만, 혼자 하는 외식인 혼식은 2016년 월평균 3.7회에서 2019년에는 월평균 4.2회로 증가했다. 혼식 빈도가 높아지면서 2019년에는 전체 외식비 중에서 혼자 외식비 비중은 16.3%로 높아졌다. 아울러, 지난 5년간 혼자 외식 1회당 지출비용도 꾸준히 증가하여 혼식에서도 자기를 위한 프리미엄 소비가 자리 잡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나홀로 외식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20대 남자로 월평균 6.0회나 되었다. 20대 전체외식 중 혼식 비중은 2019년 45%까지 높아졌는데, 혼자 하는 식사가 어색했던 중ㆍ장년 세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주변 시선보다 개성과 취향에 맞춰 행복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특성과 서구화된 음식문화와 배달 외식이 늘어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신세대 청년들에게 나홀로 외식이 자연스러우 식사 형태가 됐기 때문에 나홀로 외식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쌀 소비 줄지만,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한식

방문 외식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한식이었다. 2019년 기준 한식에 대한 선호도는 57.7%로 2위 패스트푸드 7.5%와 3위 구내식당 6.7%를 압도했다. 한식 중에서는 김치찌개와 백반, 삼겹살, 된장찌개, 순대국밥이 5위안에 든 인기 메뉴였다. 한식 인기에도 불구하고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도 이채롭다. 이는 외식이 늘면서 식당의 쌀 소비가 증가한 것 이상으로 가정 내 쌀 소비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핵가족화로 인한 가정 내 한식 조리 기피와 빵과 라면 등의 간이식 선호 등이 이런 변화의 주원인으로 추측된다. 우리 국민 일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8년 122㎏에서 2019년 59㎏으로 30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우리 농업의 핵심 작물인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식 조리과정의 편리성을 높이고,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HMR 개발과 쌀 원료 가공식품 개발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의식주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중 식사는 먹는(食) 일(事)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만큼 사회적 속성을 지닌다. 기본적인 에너지를 섭취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답답함을 느낀다지만,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식은 개인의 일상이 사회와 만나는 교차점이다. 외식은 줄어들고 있고, 외식 중에서 혼자 먹는 빈도는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의 언택트 경험과 결합할 때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기획위원)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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