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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어쨌든 숨 잘 쉬는게 최고다

입력
2020.04.23 18: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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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눈부신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인공세포를 만들고, 인공지능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나 미약한 바이러스의 침공에 무참하게 패배하고 있기도 하다. 외계인의 침공조차 막을 것 같은 미국마저 우리나라보다 훨씬 무기력한 모습이다.

바이러스가 아주 작다고 하지만 2만9,800개의 유전자 물질과 단백질이 결합한 것이라 물, 소금, 설탕 같은 개별 분자보다는 수만~수십만 배나 크다. 고작 포도당 2개가 결합한 크기의 설탕도 분해가 되어야 흡수되는데 그렇게 큰 바이러스가 우리 몸 내부에 들어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이러스의 침입과 증식에는 우리 몸의 도움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몸 세포의 세포막에는 바이러스의 흡착과 흡수를 도와주는 단백질이 있고, 세포 안에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해독하여 바이러스가 원하는 단백질을 합성해 주는 효소도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을 침입하고 증식하는 것이지 바이러스 자체에는 세포막을 투과하거나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이 없다. 만약 침입과 증식이 바이러스 자체의 기능이라면 세상은 완전히 바이러스의 세상이 될 것이다. 돼지열병은 돼지에 훨씬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정말 무서운 바이러스 질병이지만 인간은 안전하다. 바이러스가 돼지에는 독성물질을 만들고 인간에게는 독성물질을 만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 몸 세포가 돼지 열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통로를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 세포의 도움을 받지 못해도 생존하지 못하고, 세포막만 단단해도 침입하지 못한다. 우리가 손을 잘 씻어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손의 피부를 뚫고 침입해서가 아니라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입이나 호흡기로 침입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콜라겐 층이 단단한 피부로는 침입을 하지 못하고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소화기관이나 호흡기관을 통해 침입한다. 둘 다 음식과 관련된 기관이다.

우리는 날마다 많은 음식을 먹는다. 하루에 2,560㎈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는다면 포도당으로는 640g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리고 이 포도당을 완전 연소하려면 680g의 산소가 필요하다. 부피로는 470L다. 이 정도의 산소를 얻기 위해 우리는 0.5L 정도의 숨을 1분에 12~18회를 쉬어야 한다.

우리 몸에서 산소의 역할은 정말 단순하다. 포도당이나 지방 같은 유기물을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태우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ATP라는 분자를 주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데 우리 몸에 보관되는 양이 60g이고 1분마다 무려 40g을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ATP를 재생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포도당과 같은 열량소이고, 포도당을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연소시키는데 필요한 것이 산소이다. 식물이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을 만드는 것이 유기물의 시작이고, 포도당(음식)을 다시 이산화탄소로 태우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생명체들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활동이다.

코로나19는 많은 환자에게 폐렴을 일으켰다. 증세가 악화되어도 산소만 충분히 잘 공급해 주면 많은 경우 스스로 회복했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 갑작스러운 환자의 폭증으로 산소호흡기가 부족하여 의사는 누구를 살릴지 선택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은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자 전쟁 때나 사용했던 법을 발동하여 민간 기업에 산소호흡기를 생산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포도당은 물에 쉽게 녹고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이 되지만, 산소는 물에 거의 녹지 않고 비축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생존에 필요한 640g의 포도당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 산소의 공급은 쉽지 않다. 만약에 산소가 포도당처럼 물에 잘 녹는다면 포도당주사에 산소도 같이 녹여서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리는 것으로 쉽게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포도당 주사는 너무나 흔하고 평범해 보여도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절대적인 생명의 끈이다.

폐렴은 평소에도 4번째 사망원인이다. 과거에는 세균에 의한 폐렴이 많아서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고 치명률도 매우 높았다. 지금도 일부 저개발국에서는 주요 사망 원인이다. 사람은 어떤 질병에 걸렸든 최종적으로는 호흡기능이 나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숨을 쉰다는 것이 생존의 제1 요소인 것이다.

이번에 바이러스 확산의 억제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마스크이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고성능의 마스크가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것을 막는데도 상당한 공헌을 한 것이다.

만약 인간이 산소가 없이도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살 수 있다면 폐가 필요 없어질 테니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 더구나 연소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도 적어져 노화와 질병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결정적인 것들이 우리가 위험에 처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어려운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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