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범 수사 진행 중… 수사기록 열람복사 안돼”
피고인들 “수사 중이면 기소 말았어야... 방어권 침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재판이 기소 3개월여 만에 시작됐지만, 열람등사 문제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공방을 벌이면서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는 23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사건에 대한 쟁점 등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피고인은 출석의무가 없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1월 29일 공소제기 이후 공범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에야 본격 소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행법에 따라 증인보호 필요성, 관련사건 수사장애 등 때문에 기록 열람복사 및 서면교부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수사에 2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사건기록 검토에도 1개월여가 걸려 3개월 후에나 열람등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수사 중이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방어권에 차질이 생겼다”고 강력 반발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측 변호인은 “범위를 특정해서 피고인 진술만이라도 열람등사를 하게 해달라 요청했지만 (검찰이) 불허했다”며 “방어권에 심대한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 진술만이라도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며 “기록이 방대해 검토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전자기록으로 만들어 쉽게 열람등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건 관련 기록은 총 4만7,000여쪽에 달하고, 증거로 제출될 분량은 3만여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기록을 일부 스캔해 놓았기 때문에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상황에서 전체기록을 (스캔)해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공방을 들은 뒤 “증거목록이라도 바로 열람등사를 허용해줘야 한다”며 “안 하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달 29일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잡고 이날 다시 한번 쟁점정리 등 준비사항을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백 전 비서관, 황운하 전 경찰청장, 박 전 비서관은 경찰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수석은 울산시장 경선에 나선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일본 영사직을 제안하며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울산부시장은 공공병원 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기 위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의 연기를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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