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또 다시 등장한 김씨 일가 신변 이상 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체 어떤 상태인 걸까요? 건강 이상설이 나온 이후 후계자에 관심이 쏠리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2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여전히 북한군을 통제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리아의 축전에 답전을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죠.
요즘 같이 뒤숭숭한 상황, 사실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 6년 전에도 김 위원장이 40일 정도 모습 보이지 않으면서 확인 안 된 각종 설이 많이 퍼졌습니다. 사망설도 있었고, 뇌사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꽤 그럴싸한 지라시가 돌기도 했어요. 문제의 6년 전 지라시는 얼마 전 김 위원장이 중태에 빠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다시 퍼지기도 했죠.
북한 ‘김씨 일가’의 건강 이상설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 메뉴에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둘러싸고도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때마다 건강 이상설, 신변 이상설이 나오기도 했죠.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꽤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어요. 사망설이 떠돌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죠.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에서 김 주석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는데, 국내 역사상 최악의 오보로 기록되고 있어요.
때는 1986년 1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내 한 언론에서 김 주석의 ‘피살설’을 보도했어요. 일본을 중심으로 김 주석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총에 맞아 피살됐다는 호외까지 발행했습니다. 이때부터 국내 다른 언론에서도 뒤질세라 김 주석의 사망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요.
과연 언론뿐이었을까요? 당시 정부에서도 김 주석의 사망을 사실상 공식화했어요. 같은 해 11월 18일 발행된 본보 보도를 보면 이흥식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김 주석의 사망설과 관련해 “북괴 측이 16일 전방지역의 대남확성기 방송을 통해 ‘김일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방송을 해 왔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결론적으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김 주석이 국방부 발표 하루만인 18일 몽골 국가원수의 영접을 위해 평양공항에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의문으로 남아있어요. 다만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쳤던 것으로 추정할 뿐인데요. 우선 사망 보도는 일본 증권가, 외교가를 중심으로 김 주석의 사망설이 거론된 것을 도쿄 특파원이 파악해 보도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실제로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김일성이 피살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해요. 이기백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망설과 관련해 국회에서 “15일 일본으로부터 ‘1, 2일 전 김일성이 일부 군사그룹에 의해 암살됐고, 이들은 중공(중국)으로 도주했으며 북한 당국에서 중공에 이들의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어요.
이 시기 미국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어요. 당시 우리나라 군 당국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오산 미 공군기지 내 감청부대에서 북한 방송을 감청했는데, 김 주석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과 함께 장송곡 같은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이걸 토대로 김 주석의 사망설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러나 감청 당시 잘못 들었거나 보고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 국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 전방지역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김일성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업적을 찬양하는 방송이 흘러나온 것을 우리 군 병사들이 들었다는 거에요. 실제로 당시 보도들에는 “김일성 수령님이 서거하시고 김정일 동지가 계승하셨다” 등 더 자세한 방송 내용이 담겨있어요. 병사들이 들은 내용이 토대가 된 건데요. 대남 선전용 방송을 잘못 들은 것인지, 북한이 일부러 심리전을 펼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어요.
이번에는 어떨까요. 과거 사례들처럼 김 위원장이 불현듯 공식 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할까요? 아니면 정말 물 밑에서 후계 작업을 진행 중인 걸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자료조사 =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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