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이끌어 온 미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적인 치료제로 지목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인사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릭 브라이트 BARDA 국장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회가 할당한 수십억 달러 예산을 과학적으로 보다 검증된 해결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전보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부터 독감 및 신종감염병 부서 책임자로 일했고 2016년부터는 소장직을 맡아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기관의 중요 직책자가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상황에 BARDA 내부 관계자들도 놀랐다고 CNN은 전했다.
브라이트 국장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정치학이나 정실인사가 아닌 과학이 그 길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성명을 낸다”고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 이동 배경에 정치적 리더십과의 충돌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미 CNN은 그가 “알렉스 아자르 보건장관과 직접 충돌했다”며 그의 성명 속 ‘정치적 리더십’을 아자르 장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라이트 국장은 또 “정치적 연줄이 있는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의약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추진하는 것을 거부해서”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도 설명했다. 갈등을 빚은 의약품이 ‘정부가 만병통치약으로 홍보하는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라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이들 모두 과학적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지만, 의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인사 조치에 반발한 브라이트 국장은 보건부 감사관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정부가 BARDA 업무를 정치화하고 나를 포함한 양심적인 과학자들에게 정치적 연줄이 있는 회사 등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가한 압력에 대해 조사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부는 브라이트 국장이 백신개발 및 치료에 관한 새로운 민관협력사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