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권 요구한 김종인 전 위원장에 “당 얕보는 처사” 비판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전권’을 제시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해 “당을 얕보는 처사”라고 했다.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주며 김 전 위원장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쓴소리다.
홍 전 대표는 22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 아닌가. 최소한의 자존심 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통합당은 현역 의원과 4ㆍ15 총선 당선인 142명 중 140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여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 박아놓고 가지 말아야 한다”며 “비대위원장에게 기한이 없는,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하는 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앞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임기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당헌ㆍ 당규에 구애 받지 않는 전권을 요구하자 무리한 요구라며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발하더라도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김영우 통합당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서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총선 참패의 원인, 보수당의 현실, 가치와 미래방향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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