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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겐 인간이 ‘코로나’가 아닐까… 대량 학살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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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겐 인간이 ‘코로나’가 아닐까… 대량 학살은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20.04.23 14:00
수정
2020.04.23 18:4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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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3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은 이탈리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 그런데 지난 1월엔 가뭄이 덮쳤다. 기후 재난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바닥을 드러낸 베네치아 수로에 곤돌라가 정박해 있다. 베네치아=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53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은 이탈리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 그런데 지난 1월엔 가뭄이 덮쳤다. 기후 재난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바닥을 드러낸 베네치아 수로에 곤돌라가 정박해 있다. 베네치아=AP 연합뉴스

인도의 대기 오염은 유명하다. 숨만 쉬어도 하루 담배 두 갑을 피우게 되는 곳이 2017년 인도 델리였다. 그런 델리가 달라졌다. 수십 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이 원경으로도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의 망외 효과다. 인류가 활동을 멈추니 지구가 살아난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지구인은 풀려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움직일 것이다.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무리할 경우 규제가 느슨해지고 오히려 지구를 더 괴롭히게 될지 모른다.

지구에서는 5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최악은 2억5,000만년 전이었다. 생물종 96%가 소멸했다. 거대한 학살의 시작은 기온 5도 상승이었는데, 이산화탄소 증가가 원인이었다. 지금 인류는 그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뒤부터 근 250년간 내뿜은 탄소량을 불과 30년 만에 따라잡았다.

온난화가 문명의 필터라는 가설은 섬찟하다. 광활한 우주에서 왜 우리는 아직 다른 지적 생명체를 마주치지 못했을까. 기껏해야 문명의 수명이 수천 년밖에 안 되기 때문인지 모른다. 행성끼리 서로 발견하기에는 문명의 자멸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저자가 내다본 ‘2050년 거주불능 지구’의 참상은 이렇다. 여름 최고 기온 평균이 35도 이상인 도시가 350여곳에서 약 970개로 늘어난다. 직접적인 열기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연간 25만5,000명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전체가 물에 잠긴다. 미국의 경우 화재로 소실되는 면적이 5배까지 증가한다. 약 50억명이 물 부족에 신음한다.

더 암담한 건 어떤 끔찍한 일이 더 일어날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이다. 가령 우리 몸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중 99%를 우리는 모른다. 2015년 큰코영양 3분의 2를 몰살해버린 파스테우렐라균은 기온과 습도의 상승이라는 기후변화가 그들을 자극하기 전까지, 숙주와 평화롭게 공생했다. 뭐가 방아쇠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해법은 심플하다. 탄소 배출을 중단하면 된다. 그러면 변화는 누그러진다. 확실하다. 오히려 불확실한 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다.

관건은 경각심이다. 저자 눈에 지금 인류는 너무 오만하고 낙관적이다. 그는 노골적으로 말한다. “당신이 책을 보고 떠올리는 재난의 모습이 부디 끔찍하기를 바란다.” 제발 좀 두려워하라는 것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ㆍ김재경 옮김

추수밭 발행ㆍ424쪽ㆍ1만9,800원

책은 서문이 없다. 시작이 이렇다. “상황이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줄곧 숨가쁘다. 무지막지한 ‘팩트 폭탄’들을 끊임없이 터뜨린다. 중언부언도 불사한다. 강조를 위해서다. 얼마간 위악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환경론자가 아니다”라며 자연 따위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다는 투다. 전략적이다. ‘자연 재해’가 아니라 ‘대량 학살’이고 그 대상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국내 번역본이 출간된 날(22일)이 50주년 ‘지구의 날’이다. 행성은 선택할 수 없다. 집을 걸고 도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호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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