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와 관련해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속한 처리 대신 논란만 키우고 있는 국회를 향한 최후통첩성 발언이다. 때를 놓치면 국민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다. 여야 합의 불발을 대비해 취약계층 선지급 방침을 확정한 청와대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또한 배제하지 않는 기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난지원금 매듭을 언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국회도 할 일이 태산 같은 비상한 시기임을 감안해 대승적 합의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여러 차례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며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판단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을 4월 말까지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고 있는 만큼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문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기다리지 말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에게 미리 통보해 주고 신청을 받으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치는 데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5월 중 지급 목표를 분명히 했다.
여야 합의가 늦어질 경우 취약계층 등에 재난지원금을 먼저 지급한다는 방침 또한 확정했다.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재난지원금 지급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다른 관계자는 “여야의 이견이 지급 범위로 좁혀져 있는 만큼 한계 상황에 놓인 계층에 대해서는 선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또한 배제하지 않는 기류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달 15일까지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는 5월 30일까지 입법부 공백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정건전성 원칙을 앞세우는 것은 재정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자세”라며 “정부 내에서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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