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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도움 드물고, 과제도 버거워...” 다문화가정에 더 높은 원격수업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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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도움 드물고, 과제도 버거워...” 다문화가정에 더 높은 원격수업의 벽

입력
2020.04.22 17:33
수정
2020.04.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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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벽은 부모들에게 더 높아

“교육 불평등 문제 더 깊게 고민해야”

조희연(왼쪽에서 두 번째)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에서 원격수업 현장 점검을 하며 채현일(왼쪽) 영등포구청장과 함께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왼쪽에서 두 번째)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에서 원격수업 현장 점검을 하며 채현일(왼쪽) 영등포구청장과 함께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건영(가명)아 선생님인데, 수업 왜 안 들어와?”

“지영(가명)이는 세수를 아직 안 했다고 하네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 한국어학급 수업 시작 전. 장혜진 다문화언어 강사는 쉴새 없이 ‘통화 중’이었다. 그는 수업을 앞두고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줌)’에 입장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출석을 확인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한국어학급은 한국어 집중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소수 정예로 가르치는 수업으로, 담당 교사가 중국어 통역을 해주는 다문화언어 강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이날 수업 정원은 단 4명이었지만, 결국 2명만 수업에 참여했다. 한 학생은 비밀번호를 잘못 눌러 ‘온라인 교실’에 들어오지 못했고, 또 다른 학생은 기자들이 보는 공개수업이라는 데 부담감을 느껴 들어오지 않았다.

초ㆍ중ㆍ고 온라인 개학 이후 기술적인 오류들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 취약 계층의 교육 격차는 원격수업으로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에 대한 스마트기기 지원만 해결됐을 뿐, 당장 한글 교육부터 필요한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의 벽은 여전히 높은 셈이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언어의 벽은 학생보다 부모에게 더 높다. 온라인 개학은 ‘학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곁에서 돕는 어른의 손길이 절실한데, 다문화가정은 한국어가 서툴거나 일로 바쁜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김선미 대림중 교감은 “중국 학생 부모 대부분이 직장에 다니고 있어 원격수업에 일반 학교보다 학부모 도움을 받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대림중은 전체 386명의 학생 중 151명(39.12%)이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대구 달서구 진월초의 신민철 교사도 “다문화가정은 전화상담을 하려고 하면 부모님께서 한국어를 못한다며 아예 거부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원격수업은 학생, 학부모, 교사 셋이 다 같이 함께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부모님이 교육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말’보다 ‘글’에 더 취약한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비언어적인 소통이 배제된 원격수업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김선미 교감은 “많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말은 하지만 쓰기가 안 되고, 의사소통은 되지만 ‘학습언어’가 안 돼 학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원격수업 유형 중 유독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어려워하는 이유다. 대구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원격수업 플랫폼 ‘학교가자.com’에서는 최근 이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고려해 콘텐츠를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7개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불어불문학과 교수)은 “이주배경 학생들이 많은 일부 초등학교는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이중언어 강사가 러시아어나 중국어로 말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원격수업은 이조차 이뤄지지 않으니 학생들이 수업을 굉장히 어려워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교육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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