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항말라리아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뚜렷한 효능 없이 사망 확률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약을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한 이후 일선 병원에서도 사용해왔던 터라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라는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최근 미 보훈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368명을 상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투약 효과를 살핀 결과 오히려 사망 위험이 2배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미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29일 코로나19의 치료 목적으로 긴급사용승인(EUA) 허가를 낸 이후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사용돼왔다.
이날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해당 약을 투여한 환자 97명의 사망률은 28%인데 비해 미투여 환자 158명의 사망률은 절반 수준인 11%에 그쳤다. 환자의 인공호흡기 이용률도 투여시 13%, 미투여 시 14%로 증세 완화에 별 효과가 없었다. 다만 이 논문은 아직 ‘동료검토’ 단계를 거치지 않아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미 언론들은 덧붙였다.
파장은 이미 거세게 일고 있다. 당장 미 국립보건원(NIH)의 전문가 패널 50명은 이날 “심장질환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면서 “임상시험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쓰지 말라”고 권고했다. 실제 치료에 사용하는 것보다도 부작용 등을 확인할 임상시험이 우선이란 것이다.
이에 전날 FDA에서 승인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임상시험 결과가 주목된다. 노바티스는 몇 주 내에 미국 10여개 지역에서 440명을 대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ㆍ효과, 부작용 등을 검증하는 임상3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사이언스지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아직까지 단독으로든 아지트로마이신과 병용해서든 효과가 있다고 증명할 임상시험을 거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상 결과는 지켜볼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을 무리하게 ‘홍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브라운대 심장전문의인 아테나 포파스는 “(약의) 위험을 결코 0으로 만들 수는 없다”면서 “확실한 혜택이 있다면 급사 위험성도 감수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혜택 증거는 없고 이론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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