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불협화음 지속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둘러싼 당정의 불협화음이 22일 극단으로 치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위해 모든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가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는 2주 넘게 엇박자를 내 왔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실과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조건부 전국민 지급안’이라는 절충안을 냈지만, 기획재정부는 “우리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실상의 항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재난지원금의 ‘긴급’ 지원 기대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국회와 정부에 주문할 뿐, 국정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 지급한다는 방침(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거듭 확인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긴급성, 보편성의 원칙하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단,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경감할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소득자 등이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기부로 간주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민주당 계획이다. 전국민 지급이라는 총선 때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기재부의 ‘재정 추가 투입 반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소득 상위 30%까지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3조원이 더 필요한데, 고소득자의 수급 거부를 유도해 필요 재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조 의장은 이 같은 안을 놓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사전 교감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정 총리가 당정이 공감대 마련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 총리는 조 의장 기자간담회 직후 입장문을 내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되면 정부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전국민 지급안 수용을 공식화했다. 정 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를 따로 불러 “당정 간 이견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홍 부총리나 기재부는 이전 입장을 고수한다”며 곧바로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홍 부총리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예산실 간부 등이 알 텐데 전혀 정보가 없다”며 “고소득자 기부안은 어차피 실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정 총리가 정치적 수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총리가 공식 입장문을 냈음에도 기재부가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에 총리실 관계자는 “오늘(22일) 오후 홍 부총리가 정 총리를 찾아와 민주당 안을 수용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기재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 맞다”고 재반박했다. 혼선이 거듭됐음에도 기재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기재부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하는 ‘의도된 침묵’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며 국회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당정이 끝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청와대는 다음 달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종=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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