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치료제 상용화 못한 채 경제 사회 활동 정상화하면무증상자 ‘조용한 전파’… 신종플루 때 2차 대유행 경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세가 잦아드는 듯하지만 벌써부터 올 겨울 ‘2차 팬데믹(대유행)’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단기간 내 백신ㆍ치료제 상용화가 어려운데다 경제ㆍ사회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무증상ㆍ경증환자에 의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에 안착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로버드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다가오는 겨울 공격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의료시스템에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에 따르면 올해 9월 29일부터 시작되는 계절성 독감 시즌은 최근 10년래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경고는 해외에서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앞서 20일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좋은 밀폐된 환경 속에서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코로나19가 경증이나 무증상으로도 진행되고 전파력도 높아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행이 금방 종식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면역 형성 과정, 면역 지속 등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어서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 팬데믹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창궐 때 이미 현실이 된 바 있다. 봄에 확산됐다가 독감 시즌인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된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도 봄철 1차 유행보다 가을철 2차 유행 때의 규모가 5배 이상이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전염병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 압박에 따라 사실상의 유일한 예방책을 해제하고 있는 상황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차 파동이 다가오기 전 최대한 검사 건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무증상자 또는 경증 환자를 걸러내 치료함으로써 절대적인 감염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주민 3,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체검사 결과 감염자 비율이 평균 2% 안팎인 점을 들어 “카운티 전체에 적용하면 확진자 수가 공식 발표보다 50배 많아진다”면서 “이 중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암암리에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치료제와 백신의 상용화 시기를 점칠 수 없다는 점도 2차 팬데믹 우려를 가중시킨다. 미 의약 전문지 피어스파마는 17일 글로벌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를 인용해 “임상시험에 착수한 제약업체들의 백신이 승인되기까지 5년 반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는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2022년에야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클래리베이트는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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