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개막이 5월 5일로 확정되면서 ‘단장의 계절’은 끝났다.
야구 비시즌인 스토브리그에서 드라마 같은 행보를 거듭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38) 롯데 단장은 이제 던진 주사위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지난해 9월 10개 팀 단장 중 최연소로 부임한 성 단장은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매번 다른 사람 얘기만 하다가 내 얘기를 하려고 하니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은 뒤 “계획대로 다 된 건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움직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단장으로 보낸 첫 스토브리그를 돌이켜봤다.
그 동안 롯데는 비효율적인 투자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시즌엔 팀 평균 연봉 1억9,853만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도 성적은 최하위에 그쳤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떠안고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은 시즌 중 동반 사퇴하기도 했다. 이후 전면 쇄신을 꾀한 롯데가 선택한 인물은 성 단장이다.
선수 출신으로 1군 기록이 전무한 성 단장은 일찌감치 현역 생활을 미련 없이 마무리하고 2008년 26세에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1년부터는 스카우트로 활약했고, ‘염소의 저주’를 푼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을 보좌하며 선진 구단 운영 프로세스를 체득했다.
롯데의 부름을 받은 성 단장은 광폭 행보를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새 사령탑에 초보인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를 발탁했고, 지난 1년간 무적 신세였던 베테랑 우완 투수 노경은을 품었다. 11월엔 롯데의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강화하기 위해 한화와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영입했다.
또 지난 1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2루수 안치홍을 2+2년 최대 56억원 조건에 데려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부 FA 외야수 전준우를 4년 총액 34억원, 좌완 투수 고효준을 1년 최대 1억2,000만원에 붙잡았다. 선수에 끌려 다니지 않는 합리적인 성 단장의 계약 프로세스에 롯데 팬들은 반색했다.
성 단장은 “항상 만족은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면서도 “허문회 감독님이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걷어내고 동기부여를 잘 시켜준 덕분에 지난 시즌 마지막 위치에 있었던 팀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선수단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밝혔다. 이어 “포지션별 선수층이 두꺼워져 선수 운용에 유연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안치홍이 합류하면서 ‘우리도 경쟁이 된다’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노경은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이닝을 소화해주는 자체로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고효준은 본인 말에 따르면 ‘역대급 몸 상태’라고 해서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각 팀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팀간 연습경기에서 롯데는 21일 첫날 NC를 8-0으로 따돌리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확실한 주전급이 없는 포수, 3루수, 토종 선발, 불펜진 등 곳곳에 물음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성 단장은 “사실 물음표가 많긴 하다. 그래서 걱정은 된다”고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물음표는 가능성이 있는 느낌표가 될 수도 있다. 올해는 물음표들을 지워가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더 큰 목표를 바라보겠다는 그림을 그린 성 단장은 개막 전 선수들이 부상 없이 최상의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 스포츠사이언스팀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로 부상자가 없었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특히 박시영 구승민 등 투수 쪽에 아픈 선수가 많았지만 어깨 강화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장의 계절은 지나갔지만 성 단장의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성 단장은 “내 계절 자체가 없었다. 연봉을 받는데 1년 내내 일해야 한다. 늘 바쁜 게 정상”이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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