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영주권 발급을 중단하는 이민 제한 정책을 60일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날 밤 트윗에서 이민 일시중단 계획을 밝혀 외국인노동자 프로그램을 포함한 전면적인 이민 금지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일단 영주권 발급만 연기하는 제한적인 수준의 조치만 취한 것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反)이민’ 정책을 부각시키되 외국인노동자가 필요한 재개의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 제스처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이민 중단 조치를 통해 미국이 다시 열릴 때 취업전선의 제일 앞 줄에 실직한 미국인들이 설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며 “이번 명령은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개인들에게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0일간 효력을 유지하되 경제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 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으나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행정명령의 세부 조항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영주권 발급에만 적용되고 일자리와 직결된 초청 노동자 비자 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았다. 계절적 수요에 따라 1년 단위로 발급되는 비전문직 취업비자(H-2B)나 최소 3년이 부여되는 전문직 취업비자(H-1B)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노동자 프로그램을 유지키로 한 것은 재계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보수층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외국인노동자 프로그램 중단을 압박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재계 지도자들의 편에 섰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각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뒤 폭스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마크 커리코리안 이민연구센터장은 폴리티코에 “영주권 발급을 일시 연기하더라도 신청자 대부분은 이미 미국에 들어와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진지한 정책이라기 보다 정치적 제스처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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