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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에 독감 뚝… 아동병원 “매출 80% 감소”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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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에 독감 뚝… 아동병원 “매출 80% 감소” 비명

입력
2020.04.24 17:06
수정
2020.04.25 01: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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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신경 쓰며 환자 줄어… 경영난에 병동 폐쇄·인력 감축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감 “아동청소년 의료체계 공백 우려”

지난 22일 오후 광주의 한 아동병원 대기실이 텅 비어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자 일반 호흡기ㆍ급성감염질환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다. 병원 제공
지난 22일 오후 광주의 한 아동병원 대기실이 텅 비어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자 일반 호흡기ㆍ급성감염질환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다. 병원 제공

대구에서 아동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쌓이는 적자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호흡기ㆍ급성감염질환 환자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병상 규모가 100개에 육박하는데 최근 두 달 간 입원환자는 서너 명에 그치고 있다. A 원장은 “지난달 매출이 예년에 비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면서 “병원 명의로 이미 끌어온 대출이 수억 원이지만 적자 규모가 너무 커져서 이대로는 두 달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수개월간 전국을 휩쓸며 역설적으로 소아청소년 병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소독제 사용이 일상화되고 방역 환경이 개선된 데다 사람이 몰리는 장소를 꺼리는 부모들이 병원에까지 발길을 끊으며 벌어진 전례가 없는 현상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앞으로 1, 2년 내 소아청소년 병원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24일 소아청소년 병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독감 환자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도 ‘2019~2020 절기 인플루엔자’ 관련 자료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독감 환자가 평년의 절반도 안 될 것으로 추정한다. 질본은 매주 ‘전체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수’를 집계하는데, 이번 절기 최대치는 49.8명이다. 73.3명이었던 지난 절기(2018~2019년)의 68%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지난 2월 이후 환자 수는 10명대까지 떨어졌다. 질본은 지난달 27일 독감 유행주의보도 해제했다. 이번 절기 독감 유행주의보 지속 기간은 4개월로, 지난 절기보다 3개월이나 짧아졌다. 호흡기 질환이 줄며 종합병원이나 다른 진료 종목보다 소아청소년 병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대부분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20~30%로 보고하는 반면, 소아청소년 병원들은 80%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래환자가 80% 줄어든 한 광주의 한 아동병원 한 개 층 전체가 폐쇄돼 있다. 병원 제공
외래환자가 80% 줄어든 한 광주의 한 아동병원 한 개 층 전체가 폐쇄돼 있다. 병원 제공

소아청소년 병원 의사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생계 유지가 힘들 정도로 병원이 휘청거려도 개인의 위생 수준이 높아져 환자가 줄어든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의사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고 매출 감소로 인한 고충을 외부에 호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동병원과 소아과의원은 일찌감치 병동 폐쇄와 인력 감축 등 적자 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전문의 10명에 직원이 수십 명인 꽤 규모가 있는 광주의 한 아동병원도 최근 병동의 3분의 1을 폐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병상 70여 개가 전부 차고 하루 외래환자가 400명을 넘었지만 요즘엔 입원환자 10명 이하에 외래환자는 100명 안팎이다. 경남 창원시에서 소아과의원을 운영하는 B씨는 “너무 힘들어 간호사를 3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며 “의사 생활 30년 동안 이런 경영난은 처음 겪는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아동병원협회는 피해 상황을 종합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 협회장은 “아동병원을 축소ㆍ합병하는 식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아동청소년 의료 체계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보건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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