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서가에 꽂힌 동화책 대부분이 외국작가 일색이라 안타깝습니다”
새내기 동화작가 이현주(37)씨는 최근 다문화가정의 이야기와 우리 정서를 담은 동화 집필에 푹 빠져 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홍보과장으로 재직중인 이씨는 올 초 ‘발이 도마가’라는 작품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한 신인 작가다.
당최 무슨 말인지 감 잡을 수 없는 제목의 당선작은 쌍자음과 받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난독증 초등학생의 글쓰기, ‘빨리 도망가’에서 빌어 온 것. 작품 속 주인공은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혼내주기 위해 친오빠가 나서자 공책을 뜯어 ‘발이 도마가’라고 쓴 메모를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유쾌하게 그렸다.
그가 동화 창작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등학교 1ㆍ2학년의 두 딸을 키우면서 수백 권의 동화책을 읽어 주었는데, 읽으면서 느끼는 이질감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저자가 외국작가여서 그런지 우리 정서와 동떨어진 점이 많았죠.” 한국 어른에 의한, 한국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동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배경이다.
남편과 두 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씨는 육아와 직장에 매달려 자신을 뒤돌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전형적인 ‘워킹 맘’이다.
그렇지만 유년 시절부터 글 쓰기를 좋아했다. 그게 좋아서 국문과로 진학했고, 졸업을 한 뒤에는 글을 쓰면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졸업 후 월급쟁이가 되면서 또 결혼과 출산, 육아로 그 꿈은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어느 날 다섯 살이던 딸의 질문이 죽비 소리로 다가왔다. “엄마는 꿈이 뭐야?” 그는 “그 질문에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 꿈이 떠올랐다”며 “그래 지금, 뭐라도, 써보자는 생각에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딸들은 엄마가 꼭 동화책을 읽어줘야 잠들었다. 동화 읽어 주기가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연도 익혔다. 자신이 책을 읽어 줄 때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쓰면 아이들이 좋아할지도 알게 됐다. 2년 전 아이가 잠들고 나면 한 두 장씩 써 내려간 첫 작품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재미 없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남편 도움이 컸다. 퇴근 후 각자의 일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장애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난독증’을 알기 위해 수많은 책과 영상을 찾아 봤고, 작품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장애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집필 중인 동화의 소재는 다문화가정과 미혼모 등 취약계층의 아이들 이야기. 그는 “엄마의 마음과 눈으로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그 안에서의 겪는 사연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풀어낼 계획”이라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격려하는 소설 쓰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천안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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