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아파트단지 재활용품 처리를 둘러싼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 세종지역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재활용품 수거 비용을 대폭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세종시 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세아연)에 따르면 이달 초 지역 폐기물 업체 3곳이 시내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재활용품을 무상매입하거나 금액을 대폭 낮춰 달라고 통보했다.
업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폐플라스틱 보관량이 급증하면서 경영수지가 악화했다는 점을 금액 조정 이유로 들었다.
신도심 한 아파트단지 687가구와 월 52만8,990원(가구당 770원)에 재활용품 매입 계약을 했던 A업체는 지난 2일자 공문을 통해 무상 매입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B업체는 재활용품 매각 금액보다 거래하는 아파트에 지급하는 계약금액이 초과돼 적자가 누적된다면서 가구별 월 매입금액을 100원으로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C업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현재의 단가를 종이와 박스, 플라스틱류, 폐비닐 등 품목별로 안내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그러면서 재활용품 수거 여건이 호전돼 가격이 인상되면 재협의해 계약금을 조정하고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아연 측은 “이해당사자인 아파트 입주자들을 빼고 세종시와 재활용 업체가 회의를 한 뒤 일방적으로 매각 대금 조정 요청을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이 이달 초 금액 조정 요청 공문을 발송한 뒤 문제가 되자 시가 지난 13일 중재를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업체와 주택관리사협회 세종지회만 참여했을 뿐 세아연이나 입주자대표회는 빠진 점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이다.
세아연 측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전 협의 없는 매각대금 조정은 입주민의 재산권 침해이며, 계약 당사자가 빠진 중대한 문제로 이를 시에 강력하게 따졌다”고 밝혔다.
세아연은 그러면서 일정한 금액 하락은 불가피하더라도 영업 손실분에 대한 근거 자료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무상 조정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에서 재활용품 가격 하락 분이 반영되도록 가격 연동제를 추진하는 만큼 이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17년 7월 재활용품의 가격변동이 심할 것을 대비해 가격연동제를 포함한 ‘공동주택 재활용품 관리지침’을 제정했다.
세아연 관계자는 “시에 재활용품 매각단가 조정 권고를 위한 협의에서 이해당사자인 아파트 입주민이 빠진 것에 대해 지적했고, 이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업체의 영업손실을 증명할만한 기초 자료제시, 업체 간 담합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확인, 한시적인 수거 횟수 조정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세아연이 있는지 모른 채 주택관리사협회가 대표한다고 판단해 13일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세아연에서 문제 제기해 17일 간담회를 추가로 열어 사과를 하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업체의 계약 파기로 적치된 재활용품 폐기물은 공공수거로 전환해야 하는데 관리인력과 적재물 처리 시설이 절대 부족하다”며 “원활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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