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 빅데이터 검토 없이 예산만 올려 ‘비난 자초’

전남 무안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각종 전국 단위 체육행사를 유치했지만 참가 인원들은 대부분 인근 광주나 목포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어 ‘예산 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군은 대회 유치가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없는데도 5년 전 전남도의 자료에 의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예산만 늘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3일 무안군과 지역상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에서 개최된 전국 단위 체육대회는 3월 핸드볼 중ㆍ고등학교 대회 등 6개 종목, 7개로 4억9,700만원의 예산을 집행, 참가인원은 6,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6월로 예정된 춘계 전국 대학 검도 연맹전 등 9개 종목 11개 전국ㆍ도 단위 대회에 8억8,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군이 이처럼 대회 유치 예산을 올린 근거는 2015년 광주ㆍ전남발전연구원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 인프라를 활용한 전지훈련ㆍ전국 체육대회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선수 한 명이 하루 8만원 정도 쓰고 가는 등 지역경제에 21억원 가량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군은 이 조사 자료에 ‘무안’이란 지역만 적용하고, 지난해 열린 각종 대회 기간 빅데이터 조사도 없이 예산만 늘려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됐다.
실제로 군은 지난 몇 년간 대회 운영비 예산을 각 종목 협회 측에 전달하고 대회종료 후 회계만 확인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예산을 지역에서 사용한지, 실제로 인원을 얼마나 동원되는지도 파악도 못했다는 반증이다. 군 스포츠마케팅 담당자는 “전국대회 유치로 지역 알리기는 좋았지만, 관광이나 지역 숙박시설 이용도는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참가선수단에 지역 숙박이용을 명시할 예정이며, 지역상가들도 가격을 내리고 친절 등 손님맞이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안지역 52개 숙박업소와 1,400여개 음식점 등 지역 상인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안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난해 전국대회는 수 차례 열렸지만 선수는 구경도 못했다”며 “매출에는 변동이 없는데 군은 대단한 대회를 유치한 것 인양 자랑만 늘어놓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났다.
한 숙박업소 박모(63)대표는 “전국대회를 지역에서 몇 날을 개최해도 각 지역의 선수단이 광주와 목포시, 심지어는 함평군에서 자고 오는데 무안군은 방관만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지난해 무안대회에 참여했던 한 레슬링 선수단 감독은 “경기장 주변 숙박시설이 빈약하고 음식 가격이 턱없이 비싸 인근 목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며 “이동거리 등이 선수단 컨디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역에서 숙식하려 하지만 무안지역은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악신도심에 사는 박민식(51)씨는“인근 해남과 강진군 등은 철저한 스포츠마케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는데 반해 무안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도청 소재지에다 인구가 밀집한 남악신도시이지만 정작 호텔 하나 없는데 이런 민자유치는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무안군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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