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률보다 수익을 두 배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나 원유 선물거래 같은 파생상품에 연일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전액 손실 가능성까지 있는 고위험 상품인데도 빚까지 내며 매수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투기적인 성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익률 2배’ 레버리지 상품에 뭉칫돈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DEX레버리지’는 전날 하루 동안 1억8,557만6,837주(거래대금 1조7,789억원)가 거래됐다. ‘KODEX200’ 거래량(1,942만8,876주ㆍ4,902억원)보다 10배가 많은 수치다.
두 상품은 모두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지만 ‘레버리지’ 여부가 흥행을 갈랐다. KODEX200은 코스피200지수 등락에 따른 수익률이 1배수인데, KODEX레버리지는 2배다. 코스피200이 10% 오르면 수익률이 20%라는 얘기다.
수익률을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도 레버리지 상품이 단연 인기다. 코스피200선물지수 하락률에 수익이 2배 비례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같은 날 거래량은 3억5,812만3,735주(2조5,676억원)로, 1배수 상품인 ‘KODEX인버스’의 거래량(7,253만9,793주ㆍ5,145억원)의 5배에 달했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22일 오후 거래량 상위 1~5위 ETN은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인버스2Xㆍ레버리지 상품들이었다.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매우높은위험(1등급)’으로 분류된다. 원금 손실 위험이 큰 데다 상품이 복잡해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아서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 상품은 ‘음(陰)의 복리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기초자산의 경우 가격이 10% 오른 뒤 다음날 10% 내리면 누적수익률은 -1%이 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레버리지 ETF 누적수익률은 -4%가 된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이 횡보하게 되면 수익률이 급격히 내려갈 수 있다. 실제 코스피가 1,900선에 안착하며 반등을 시도했던 지난 17일 코스피200 종가는 255.02로, 한달 여 만에 지난달 11일(257.01)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이 기간 KODEX레버리지 가격은 주당 1만870원에서 1만145원으로 여전히 7%가량 떨어진 상태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롤오버(Rollover)’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현물이 아니라 선물을 거래하는 방식이라 각 상품이 담고 있는 선물거래의 월물 교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실제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일반인 투자는 위험” 잇단 경보
문제는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최근 3개월간 개인은 KODEX레버리지를 1억5,279만3,798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물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상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6.15%에 머무는 실정이다.
원유 선물거래도 개인들의 투자 광품이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는 유가 급락과 개인 매수세의 유입으로 괴리율이 커지자 지난 9일 WTI원유선물 관련 ETN 안정화 대책을 시행했다. 이 조치로 거래가 중지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21일 거래가 재개됐는데 개인이 하루에만 1억58만7,838주(971억원)를 사들였다. 이로 인해 괴리율이 1,000%까지 치솟았고, 거래소는 이날 24일까지 다시 거래를 중지시켰다. 투기 과열로 상품의 내재가치보다 시세가 1,000% 이상 비싸게 거래됐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가격은 결국 내재가치로 수렴할 수밖에 없어 현재 고평가된 원유선물 상품을 매수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원유 선물상품의 가격 산정 구조는 주가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에 금융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선호 현상은 증시 전반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기준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규모는 12조2,021억원으로 나타났는데, 금융투자협회가 증시자금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래 역대 최대였다. 이 예수금이 늘어났다는 것은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매하기 위한 증거금 및 계좌 잔고가 증가했단 의미다.
이런 가운데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21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3,674억원으로, 이달 초(6조6,888억) 대비 25%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중순 기준금리가 0%대로 인하되는 등 저렴해진 대출금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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