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광역ㆍ기초의회가 국외연수비 반납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어닥친 지역경제 위기를 지역민들과 함께 극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방의원 국외 연수비 반납의 스타트를 끊은 건 전북도의회다. 도의회는 지난 17일 공무국외출장 예산 3억7.400만원 전액을 반납키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이 돈을 코로나19 관련 재난대응기금으로 전환하도록 전북도에 요청했다. 여기에는 의원 국외여비 1억2,400만원, 상임위 직원ㆍ의원 국외연수 지원 6,000만원, 국제교류 외빈초청여비 1,200만원, 국외 자매결연 의회 교류 지원 1,000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연수비 반납을 처음 제안한 최영규(48ㆍ익산4)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 공포와 위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올해 국외연수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해 관련 예산을 고통 받는 주민에게 나누는 게 의원들의 태도”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의원 연수비 반납 제안을 도의회 의장단에 전달했고 취지에 공감한 의원들의 전원 동의로 반납이 결정됐다”고 했다.
기초의회 연수비 반납도 줄을 잇고 있다. 진안군의회는 22일 국외 출장비 등 1억1,000만원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해외 출장 여비와 의원 정책개발비 등 의회 운영비다. 군의회는 5월 임시회에서 이 예산을 자진 삭감한 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에 쓰도록 할 예정이다.
순창군의회도 동참했다. 분담과 민생 안정을 위해 올해 의원 국외연수 예산 3,600만원 전액을 반납한다. 부안군의회는 지난 13일 해외 출장비와 위탁 교육비 등 관련 예산 6,300만원을 모두 내놓기로 결정했다. 특히 부안군의원 10명 전원은 이달 의정활동비의 30%를 반납해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로 했다.
연수비 반납 릴레이는 기초의회뿐 아니라 자치단체와 전북도교육청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북도는 직원들의 해외 벤치마킹 목적의 국제화여비 8억원을 줄이는 등 올해 자체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모두 156억원의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삭감한 예산은 방역 등 재난대응에 사용할 계획이다.
도교육청도 현재 집행하지 않은 미국ㆍ중국ㆍ유럽 등지의 국외 연수비 예산 57억원 가운데 29억원을 삭감 편성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예산은 소외된 교육가족 지원에 활용된다. 도교육청은 최 위원장의 제안으로 동참하게 됐다. 그는 “도교육청 해외연수도 사실상 실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관련 예산을 전액 감액해 지역경제에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자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청년과 소상공인 등은 하루하루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원 국외연수도 의미가 있지만 올해는 의원들이 뜻을 모아 예산을 내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반납한 예산은 취약계층 생계 지원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해 시민 모두가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