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92명. 2년연속 ‘0명대 출산율’이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한 이래 이후 14년 간 185조원을 관련 사업에 쏟아부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앙이 닥칠 경우 결국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기본적인 동력은 생산활동 인구인 만큼, 보다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저출산 대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에서도 저출산 정책 성과가 없다며 자포자기하고 고령화 정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하지만 1990년대 출산율이 떨어진 유럽 국가들이 성평등 관점의 저출산 대책을 효과적으로 써서 출산율을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1995년 출산율 1.19명으로 최저치를 찍으며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 출산율이 2010년 1.46명까지 올랐다.
근본적으로는 여성들의 지속적인 노동시장 진출로 소득을 갖게 만들고, 동시에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 양육에 투입되는 사회 에너지를 최대한 국가가 흡수함으로써 국가적 위기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정 수위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신 교수는 “프랑스는 가족수당만 30여가지에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쏟는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 등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출퇴근 시간의 유연화 등 노동시간 자율성을 높여 출산율을 높였다”라며 “예산을 대거 투입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70%가 넘는 현재 20대 여성 고용률을 50, 60대까지 지속시켜 평균 고용률(2017년 기준 56.9%)을 높이기 위해 돌봄의 사회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아예 첫 아이를 낳지 않는 기혼가정 증가 추세가 정부의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청년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부분을 인지해 청년주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 지원은 둘째, 셋째 아이부터 이뤄지는 등 아직 첫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제4차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가 내년부터 시행할 기본계획을 세운다. 신 교수는 “제3차 저출산 대책 비전에서 처음으로 성평등 관점을 명시했지만 이후 각론은 올해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정말 우리 사회에 중대한 문제라고 본다면, 재원의 효과적 투입을 꾀하는 동시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