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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은 건강이상설

입력
2020.04.2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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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6년 11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에 세계가 놀랄 기사가 실렸다. 도쿄특파원이 쓴 ‘김일성 피살설’이었다. 일본 공안ㆍ외교 당국에 소문이 파다한데 아직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군부 일부가 암살을 기도했다 실패해 중국으로 도주했으나 남은 사람들이 결국 암살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소문으로 끝났을 이 사태에 불을 지핀 것은 군 당국이었다. 청와대도 긴가민가하는데 국방부가 17일 오전 북한이 전날 “전방 대남확성기를 통해 김일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방송을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 후 국내 언론들이 너도나도 ‘김일성 총맞아 피살’ ‘김일성 총격으로 사망’ ‘김일성 피격 사망’등의 호외를 발행했다. 당시 전체 12면이던 조간신문은 18일자의 절반 이상을 김일성 사망 기사로 도배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이 신문이 배달되고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김일성이 오전 10시 평양에 도착한 몽골 인민혁명당 서기장을 영접하기 위해 건재한 모습으로 순안국제공항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에 소홀한 언론과 당국이 합작해 만든 희대의 오보였다.

□ 북한 지도자 변고설은 김일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김정일의 경우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2008년쯤부터 해마다 사망 소문이 돌았다. 김일성 때처럼 국내 언론이 그런 뜬소문을 퍼 나르지는 않았다. 소문이 돌면 주식시장이 한 차례 출렁이고 마는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불쑥 해외에서 사망설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김정일의 진실’을 쓴 시게무라 도시미쓰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정일이 당뇨병으로 2000년부터 휠체어 신세였고 결국 2003년에 사망한 뒤 대역을 쓰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주간지가 주목하는 정도였다.

□ 탈북 유튜버들 사이에서 최근 김정은 변고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 건 사실이다. 과체중에 흡연, 가족력인 심장질환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1월에 프랑스에서 의사가 다녀갔다, 2014년 수술 받은 발목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었던 국내 북한 전문매체의 최초 심혈관 수술 보도도 사실인지 알 길이 없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당국자의 말 한 마디를 보태 “위중”이라고 내지른 CNN 보도는 무책임하다.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 확인에 소홀하면 큰 오보가 될 수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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