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자를 유령의 집에 가두는 벌칙이 등장했다.
2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중부자바주(州)의 스라겐 지방정부는 최근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고 이들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자 이례적인 벌칙을 제시했다. 자가격리와 코로나19 검역 기준을 어기는 사람들을 ‘유령의 집’에 가둬 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지방정부는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버려진 집들을 파악해 침대를 놓고 커튼으로 공간을 구분한 뒤 실제 격리 시설로 사용했다. 각 마을에도 검역 기준을 어긴 사람들을 버려진 집에 가두라고 지시했다. 현재까지 5명이 오싹한 격리 시설에 수용됐다. 유령의 집 검역 시설에서 지낸 한 주민은 “귀신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았다”라며 “코로나19 검역 기준 준수가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귀신들이 사람 주변에 같이 산다고 여전히 믿는 나라다(본보 2019년 7월 18일 19면 참조). 최근 인도네시아 귀신 관련 책을 펴낸 배동선 작가는 “몇 년 전만 해도 귀신을 잡았다는 기사가 정규 방송 뉴스 시간에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빈 유리병을 보여주며 ‘영안(靈眼)이 트인 사람만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귀신 들린 걸로 의심되는 집을 마을 주민들이 습격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귀신 흉내를 내다가 경찰에 잡혔다는 청소년들 얘기는 최근에도 현지 유력 매체에 심심치 않게 실린다. “퍼말랑에서 주민들의 포쫑(pocong) 목격담 잇따라… 경찰, 포쫑으로 분장하고 운전자들 겁주던 15세 소년 체포”, “데폭에서 흰색 가루 뒤집어쓰고 아기 유령 투율(tuyul) 행세하던 13세 소년 검거” 등이다. 시신을 하얀 천으로 꽁꽁 묶고 얼굴만 드러낸 뒤 매장하는 인도네시아 장례 풍습에서 유래한 포쫑과 남의 재산을 훔쳐 주인에게 줘 부자로 만든다는 투율은 인도네시아 대표 귀신이다.
전날 기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7,135명, 사망자는 616명이라는 게 정부 공식 발표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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