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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덕분에 급한 불 끈 두산중공업… 앞길은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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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덕분에 급한 불 끈 두산중공업… 앞길은 ‘가시밭길’

입력
2020.04.21 18:00
수정
2020.04.21 19: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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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5억달러 규모 외화채권

1년 만기 대출로 전환 불구

당장 다음달 5000억 상환 등

추가 현금 확보에 사활 걸려

아시아나에도 한도 대출 형식

채권단, 1조7000억 지원키로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도우미로 나섰다. 약 6,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하면서다.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두산중공업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사업 정상화까지 남은 여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수은은 21일 은행 내 최상위 의결기관인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27일 만기 예정인 두산중공업의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출 기간은 1년이다. 5억 달러 상당의 외화채권은 두산중공업에서 상반기 중 갚아야 할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수은의 도움으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추가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만기연장과 같은 성격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효과가 유지되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은은 2015년 4월 두산중공업에서 이 외화공모채를 발행할 당시 지급보증을 섰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돈줄이 마르자 수은에 이 채권을 대신 갚아준 뒤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은의 지원으로 두산중공업의 숨통은 이어졌지만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전체 차입금은 약 4조9,000억원인데, 이 중 4조2,790억원이 올해 만기 예정이다. 당장 다음달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상환해야 한다. 2017년 5월 발행한 BW는 2022년 만기이지만, 3년 뒤인 다음달 4일부터 조기 상환이 가능하단 '풋옵션'이 붙어있다. 채권자 대부분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에선 4,000억원 내외의 현금성 자산 정리로 상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5월엔 531억원, 6월엔 4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두산중공업에서 추가 현금 확보가 절실한 배경이다.

두산중공업의 은행권 전체의 주요 채권 규모를 살펴보면 수은이 1조4,000억원, KDB산업은행이 7,800억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시중은행 가운데선 우리은행 2,270억원, SC제일은행 1,700억원, 농협은행 1,200억원을 각각 소유 중이고, 외국은행이 4,750억원을 갖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은 등 채권단은 긴급자금 1조원 지원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산그룹, 두산중공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자구안 일환으로 핵심계열사와 자산 매각도 준비 중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소재 업체인 두산솔루스의 경우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지분 51%를 공개 매각해 8,000억원의 현금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이 밖에 연료전지 기업인 두산퓨얼셀과 산업용 난방보일러 제조사인 두산메카텍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지원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돼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도록, 자구안의 실행 가능성과 채권단 지원 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자구안과 실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과 수은은 이날 각각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추가 지원 계획도 논의했다. 채권단은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포함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지원 방식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 대출 형식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예정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합병(M&A)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게 전제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내용은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릴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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