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하위 70%’ 고수, 통합당 기존안 선회… 내달 이행 여부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4ㆍ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은 총선 기간 전국민 지급을 공약하고 지급시점도 다음달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고수하고 선거에 참패한 미래통합당 분위기도 달라지면서 화살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야당을 겨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야당이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통합당을 향해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재부를 향해서는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여야 합의에 따를 것을 주문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소득 하위 70% 지급’만을 고려한 예산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전국민 지급’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 등을 통해 3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70% 지급이 국회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당정간 신경전이 벌어진 상황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선거기간 한 목소리를 내던 통합당의 입장 변화도 민주당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추경안 심사권을 가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김재원(통합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우리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이라며 “여당이 무책임하게 국채를 더 발행하라고 홍 부총리를 겁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홍 부총리를 감쌌다. 총선 당시 “국민 1인당 재난지원금 50만원씩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통합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 후 ‘재정건전성’이라는 보수 기조를 지키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다음달 지급을 위해 늦어도 이달 29일까지 2차 추경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 지급 시점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야당과 정부 설득을 위해 지급액수를 줄여서라도 정부 부담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 정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전국민 지급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되 다른 부분은 조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