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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부수고 올게요” 의료 봉사 떠난 디저트 가게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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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부수고 올게요” 의료 봉사 떠난 디저트 가게 사장님

입력
2020.04.21 19:00
수정
2020.04.22 01:23
0 0

10년 경력의 간호조무사, 창업한 가게 문 닫고 대구서 의료 봉사

“모아둔 돈으로 월세 내면 돼… 돈은 또 벌면 된다”며 당당한 웃음

위드마카롱 인스타그램 캡처
위드마카롱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데, 가게 문을 열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달 가까이 문을 닫았다간 고객들에게 잊힐까 봐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걱정만 하는 것보단 대구에 내려가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봉사하러 떠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확산해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한 무렵이었다. TV를 통해 도움을 호소하는 한 의료진의 모습은 김청미(32)씨를 움직였다. 서울 중랑구에서 수제 마카롱 가게를 연 지 2년밖에 안 된 그는 가게 문을 닫고 대구로 갔다. 창업하기 전 간호조무사로 10년 동안 일했던 경험을 살려 봉사하기로 한 것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게 문을 닫고 봉사활동을 하는 기간, 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해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하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지난달 9일 문을 닫은 가게는 29일에 다시 문을 연다. “코로나19를 부수고 오겠다”며 당찬 모습으로 떠난 지 두 달 만이다.

위드마카롱 인스타그램 캡처
위드마카롱 인스타그램 캡처

휴업 기간에도 월세를 포함한 고정 지출은 있었다. 김씨는 수입이 불안정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돈 걱정은 크게 안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벌면 된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다.

본업과 생계 걱정도 잠시, 의료 현장은 치열했다. 봉사 활동도 날이 갈수록 힘들었다. 3월 초 봉사를 시작한 김씨는 3월 중순, 4월 초로 시간이 흐르고 기온이 오르면서 고충이 생겼다. 그는 “더워지니 고글에 습기가 가득 차서 앞이 안 보였다. 수영 선수들이 물안경에 뿌린다는 주방세제와 레몬즙 섞은 물을 고글에 뿌려가며 일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있던 병동은 일반 환자가 아닌 치매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격리 병동 안에서는 모든 걸 의료 폐기물로 버려야 해서 이불이나 베게 등 모든 게 부족했다. 마구 버리는 일이 없도록 식사 보조를 하는 것도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김씨는 현재 자발적 자가격리 중이다. 증상은 없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게 문을 닫는다는 소식과 그 이유, 의료 봉사 현장에서의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그의 선행은 단골들의 입소문을 타고 SNS로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은 “돈쭐내러(돈으로 혼쭐내겠다, 소비로 응원한다는 뜻의 신조어) 가야겠다”며 김씨를 격려했다. 김씨는 “봉사활동 내내 응원 댓글을 보면서 뿌듯하고 더 힘내서 할 수 있었다”며 “자가격리 중인 지금도 외롭지 않다. 정말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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