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섰다. 곧 우리나라를 뛰어넘을 기세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사회활동 제한 조치 내용을 강화하고 기간도 6월 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21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이날 오후 기준 코로나19 환자가 전날보다 1,111명 늘어 9,12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20명이 싱가포르인과 영주권자이고 나머지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전체 감염자 중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90%를 육박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인구 수(570만명)를 감안하면 1,000명당 1.6명이 걸린 셈이다. 다만 사망자는 11명으로 적은 편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언론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한 지역사회 감염은 적으며, 외국인 노동자 감염 상황 역시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감염의 온상으로 변한 외국인 기숙사를 대신할 수용 시설도 마련해 속속 이주시키고 있다.
콰분안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노력에 고마워하고 있다’라며 ‘다른 어떤 곳보다, 심지어 그들의 집(home)보다 싱가포르가 더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올렸다. 밀집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시장 등을 개조해 2,900개 이상 침대 공간을 마련하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공동 식당은 폐쇄됐고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도 소개했다. 최근 전시장을 개조한 격리 시설로 옮긴 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는 “방글라데시도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많아 두렵다”라며 “나는 싱가포르에서 안전하기 때문에 내 가족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나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는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온 20만~3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43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기숙사 18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군부대, 전시장 등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분산 수용 시설로 지정하거나 개조해 건강한 노동자들을 이주시키고 있다.
이날 오후 리셴룽 총리는 실시간 담화를 통해 “예외로 인정한 필수 업종의 범위를 좁히는 등 기존 사회활동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6월 1일까지 연장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돌보겠다”고 밝혔다.
현지 교민들은 싱가포르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교민은 “외국에 살다 보니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가 자랑스럽다”라며 “아직은 운동 등의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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